기사제목 [무속과 괴담 사이(51)] 시빠힛리다 – 독한 혀(를 가진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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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과 괴담 사이(51)] 시빠힛리다 – 독한 혀(를 가진 녀석)

기사입력 2022.11.24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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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괴담도입.jpg



24일 시빠힛리다1.png
스룬띵 삭티 도술의 도인 시빠힛라다 동상

 


시빠힛리다(Si Pahit Lidah), 즉 ‘독한 혓바닥(을 가진 놈)’ 이야기는 두 가지 버전이 있습니다. 양쪽 모두 ‘시빠힛리다’라는 인물이 등장하지만 동일인처럼 보이진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룬띵(Serunting)’이라는 단어가 한쪽에는 왕자의 이름으로, 다른 쪽에는 도술의 명칭으로 등장하면서 미묘한 접점이 엿보입니다. 그 이야기들을 하나씩 소개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옛날 남부 수마트라 수미당(Sumidang) 지역에 세워진 한 왕국에 스룬띵(Serunting) 왕자가 살았습니다. 그는 남이 가진 것을 쉽게 질투하는 성격이었습니다. 


그는 아름다운 부인을 사랑했지만 처남 아리아 떠빙(Aria Tebing)과는 대체로 불편한 관계였습니다. 그들이 가진 영지가 숲 한 가운데서 경계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숲이 문제였습니다. 아리아 떠빙 쪽에선 버섯들이 자라나 금덩어리로 변해 재산이 날로 넘쳐나고 있었는데 스룬띵 왕자 쪽 버섯들은 벌레가 들끓어 아무 쓸모가 없었던 것입니다. 


보통 사람들 같으면 벌레잡는 약을 치거나 버섯을 금덩어리로 만드는 비법을 처남에게 물어볼 법도 한데 스룬띵 왕자는 질투심에 활활 타올라 필시 아리야 떠빙이 뭔가 장난을 치는 거라 생각했고 결국 그를 찾아가 분노를 터트리며 싸움을 걸었습니다. 

“네가 뭔가 나 몰래 나쁜 짓을 한 게 틀림없어! 결투다! 내일 결투장으로 나와!” 

스룬띵 왕자가 그렇게 큰소리를 쳤습니다.

“하지만 난 나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리야 떠빙의 호소를 스룬띵 왕자는 귓전으로 흘렸습니다. 


스룬띵 왕자는 왕가에서 어린 시절부터 배운 높은 무술실력에 유명한 도인들로부터 도술까지 전수받아 도검불침의 일무끄발(ilmu kebal) 신공까지 갖추고 있었으므로 아리아 떠빙의 실력으로 매형 스룬띵 왕자와 진검승부를 한다면 반드시 자신의 죽음으로 끝날 터였습니다. 그가 살 길은 하나뿐이었습니다. 


그는 곧바로 누이인 왕자비를 찾아갔습니다. 그는 상황을 설명하고 간곡히 도움을 청했습니다. 스룬띵 왕자의 약점을 물은 것입니다. 

“이건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누님이 대답해 주지 않으면 난 내일 결투에서 왕자의 손에 죽고 말 겁니다.” 

그는 누이에게 매달렸습니다. 그러나 누이는 난색을 표했습니다.

 “미안해. 난 내 남편을 배신할 수 없어. 그것만은 절대 가르쳐 줄 수 없어.”

 “날 믿어요 누님. 내가 매형의 약점을 알게 된다 해도 절대 그것을 이용해 그를 죽이진 않을 거예요. 하지만 그걸 모르면 난 내일 죽음을 피할 수 없어요.”

오랜 설득 끝에 결국 왕자비는 결국 스룬띵 왕자의 약점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영웅이나 괴물들은 불사에 가까울수록 가장 치명적인 약점을 하나씩 숨기고 있다는 것을 우린 수많은 전설과 민화를 통해 알고 있는데 스룬띵 왕자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스룬띵 왕자가 가진 도력을 파괴하는 비법은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잡초’에 있었습니다. 아리아 떠빙은 다음날 결투 전에 ‘바람이 불지 않아도 흔들리는 잡초’를 구해 즙을 내서 창에 발랐습니다. 이 대목에서 꼭 모니터 안에서 손이 쑥 뻗어나와 내 마음을 꺼내쥐고 즙을 짜냈다는 소리 같아 조금 섬뜩했습니다. 내 마음이 바람 한 점 없는 날 그렇게 잘 흔들리거든요. 


아무튼 그리하여 벌어진 결투에서 아리아 떠빙은 여러 차례 궁지에 몰렸지만 간신히 스룬띵 왕자에게 부상을 입히고 마침내 결투에서 승리할 수 있었습니다. 


스룬띵은 아내 말고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은 자신의 비밀을 아리아 떠빙이 알고 있다는 사실에 아내가 누설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깊은 배신감에 휩싸인 그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왕국을 방랑하다가 시군땅 산(Guning Siguntang)에서 명상을 하며 폐관수련에 돌입했습니다. 


처음엔 복수심으로 시작한 수련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스룬띵은 마음 속에 얽매인 것들을 하나 둘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원래 명상이란 그런 것입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만 깨달음에 이를 수 있는 법이죠. 그렇게 정진한 끝에 마침내 향 마하메루(Hyang Mahameru)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향 마하메루는 힌두신으로 2021년 분화해 적잖은 피해를 야기한 동부자바의 스메루(Semeru) 화산도 이 신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이봐, 스룬띵! 내가 신비한 능력을 네게 넣어주지. 어떤가?”

“부탁합니다. 향 마하메루! 그 능력을 내게 주세요!” 

스룬띵 왕자가 열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향 마하메루가 그 능력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지만 신이 직접 내려주는 능력이라면 자신을 족히 천하무적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사소한 조건이 하나 있어. 우선 대나무 밑에서 명상을 해야 한다는 거야. 그래서 네 온 몸이 대나무 잎사귀에 완전히 뒤덮이는 순간 그 능력을 얻게 될 거야.” 

마하메루는 그렇게 속삭였습니다.

스룬띵은 향 마하메루의 말대로 대나무 숲에 들어가 또 다시 2년 넘게 명상수련을 했고 마침내 그의 온 몸이 대나무 낙엽 속에 완전히 묻히자 향 마하메루가 약속한 능력이 발현되었습니다. 그것은 그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이 실제로 이루어지게 되는 마력이었습니다.


그는 이제 명상수련을 마치고 수미당 고향에 돌아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그는 시험삼아 강변의 나무들에게 저주를 걸었습니다. 

“강변 나무들아, 모두 돌이 되어라!” 

그가 큰 소리로 이렇게 외치자 강변 나무들이 모조리 돌로 변했습니다. 그는 스스로의 능력에 경악과 감탄을 금치 못했습니다. 그 놀라움은 곧 자만과 욕심으로 변했습니다. 


그는 강을 따라 내려가면서 이번엔 자신과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바위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자신의 능력에 아무도 대적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스룬띵 왕자는 오만이 하늘을 찌르게 되었고 그는 기세를 몰아 일대를 돌아다니며 여러 마을들을 통째로 바위로 만들어버리기도 했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며 시빠힛리다(Si Pahit Lidah) 즉 ‘독살스러운 혀(를 가진 사람)’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무시무시한 악명을 떨쳤습니다. 


그러다가 그가 이제 왕실에 돌아가 원수 같은 처남 아리야 떠빙을 석상으로 만들어 버리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그날 밤 꿈속에서 독랄한 말과 주문으로 부왕과 아내를 돌로 만들고 왕국을 멸망시키고 있는 악귀와 같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깨어난 후 그간 큰 잘못을 저질러 왔음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는 부낏 서룻(Bukit Serut)의 한 민둥산에서 40일 밤낮으로 한숨을 내쉬며 신에게 용서를 빌었습니다. 자신이 저주를 내려 돌이 된 사람들과 모든 생명 있는 것들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도록 기원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미 멀리 지나온 여러 마을에서 돌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과연 다시 되살아났는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며 천상에서 향 마하메루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었습니다. 


스룬띵 왕자는 그간 잘못 살아왔다는 것을 절절히 깨달으며 이제부터는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돕는 일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가 그날 처음 한 일은 자신이 있던 그 민둥산에 울창한 수풀을 일구는 것이었습니다. 향 마하메루에게서 받은 도술로 처음 해본 생산적인 시도였습니다. 순식간에 푸르른 산림이 우거지자 생계를 이을 방편이 생긴 그 지역 사람들 중에는 스룬띵에게 고마워하는 사람들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왕실로 돌아가는 것을 완전히 포기한 스룬띵은 여행을 계속하다가 까랑 아궁 마을에서 오두막에 사는 노부부를 보았습니다. 그는 그들에게 다가가 물을 한 잔 달라고 청했습니다. 노부부는 친절하고 착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들은 대를 잇고 그들의 노후를 돌봐 줄 후사 얻기를 오랫동안 기원해 왔는데 그것을 안 스룬띵은 할머니의 옷에 붙은 머리칼 한 올로 아기를 만들어 그들의 소원을 들어주었습니다. 


말 한 마디면 기적을 이루는 스룬띵이 굳이 노부부의 머리칼을 기반으로 아기를 만든 것은 아마도 대를 잇기 위해선 반드시 유전자가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 같습니다. 아무튼 노부부는 기뻐 어쩔 줄 모르며 스룬띵에게 고마워했습니다. 


스룬띵 역시 사람들을 돕는 것이 그토록 기쁜 일임을 비로소 깨달았습니다. 그는 그후 계속 세상을 주유하며 어려움을 겪는 많은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사람이나 생명 있는 그 어떤 것도 돌로 만들지 않았고 그의 입에서는 인간세상을 돕는 말과 주문들만 나오게 되었지만 이미 그에게 붙은 시빠힛리다라는 별명은 평생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그가 오만했던 시절 저질렀던 모든 악행을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업보란 원래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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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전의 시빠힛리다 아트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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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버전의 시빠힛리다 아트 모음

 


두 번째 이야기

또 다른 버전의 시빠힛리다 이야기는 그 성격이나 분위기가 전혀 다릅니다.

옛날옛적 반딩 아궁(Banding Agung)이란 곳에 두 명의 걸출한 도인이 살았는데 한 사람은 시빠힛리다, 다른 한 사람은 시마따음빳(Si Mata Empat - 네 개의 눈(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기량과 명성이 높았는데 호승심 높은 두 사람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 결투를 벌여 누가 더 나은지 기어이 자웅을 겨루기로 했습니다.


시빠힛리다가 가진 힘은 스룬띵 삭티(Serunting Sakti)라는 도술로 그의 독랄한 혀에서 나오는 모든 저주가 실제로 구현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의 저주에 사람이든 물건이든 바위로 변하기 일쑤였습니다. 한편 시마따음빳이 가진 능력은 뒤통수에도 두 개의 눈이 있어 앞뒤를 모두 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떤 싸움에서도 쉽게 승리하곤 했습니다. 


물론 두 사람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 것은 그들만의 비밀이었습니다. 단지 사람들은 매번 도전자들을 쓰러뜨리는 그들의 활약을 보고 들으며 그들의 능력을 유추해 한 사람은 독한 혀(빠힛리다)로 조화를 부리고 다른 한 사람은 눈이 네 개(마따음빳)인 것처럼 더 많은 것을 본다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라나우 호수변에서 열리게 된 그들의 도력 대결은 입소문을 타고 그 일대 여러 마을로 퍼져나갔습니다. 사람들 앞에서 시빠힛리다를 쓰러뜨리기 위해 도력을 한껏 끌어올리던 교활한 시마따음빳은 자신이 반드시 이길 계책을 세웠습니다.


도력 대결의 날이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싸움을 통해 힘을 겨루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을 누가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한 사람이 야자나무 밑에서 땅을 바라본 채 엎드리고 다른 한 사람은 아렌 야자나무 위에 올라가 나무 꼭대기에 열린 야자열매를 잘라 떨어뜨려 그 열매에 맞아 뒤통수가 깨지는 쪽이 지는 것으로 했습니다. 진 쪽은 이긴 쪽이 더 높은 도력을 가졌음을 무조건 인정해야 한다는 조건이었어요. 하지만 20미터도 넘는 높이에서 떨어지는 야자에 뒤통수를 정통으로 맞으면 머리가 깨져 죽을 터였습니다. 사실 그것이 이 대결의 묘미이기도 했습니다. 두 사람의 대결을 보려고 마을 사람들은 물론 소문을 들은 이웃마을 사람들까지 구름처럼 몰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뒤통수에도 눈이 달린 시마따음빳에게 결정적으로 유리했습니다. 그래서 자신만만한 그는 시빠힛리다에게 선공을 양보했습니다. 시빠힛리다가 야자나무 꼭대기에 올라가 세 번이나 야자열매를 떨어뜨렸으나 시마따음빳은 간단히 모든 공격을 피해냈습니다. 이젠 시마따음빳이 공격할 차례였습니다. 시빠힛리다은 자신이 이번에야말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 예감했지만 애써 내색하지 않았습니다.


“빠힛리다야, 죽을 준비가 되었느냐?” 

시마따음빳이 거들먹거리며 위협했습니다. 

“말이 많구나. 빨리 야자나 따거라!” 

시빠힛리다가 이렇게 응수하자 시마따음빳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자열매를 떨어뜨렸습니다. 뒤통수로 떨어져 내리는 야자열매를 시빠힛리다는 피하지 못했습니다. 그의 비명이 울려 퍼졌고 야자나무 밑에 피가 흥건히 흘렀습니다. 사지를 꿈틀거리던 시빠힛리다는 얼마 지나지 않아 완전히 절명하고 말았습니다.


시마따음빳은 오랜 숙적이 마침내 죽은 것을 보고 자신의 월등함이 드러난 것이라 여겨 의기양양했습니다. 그러다가 시빠힛리다의 늘어진 시신을 보며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시빠힛리다라는 이름이 붙은 건 정말 그의 혀 맛이 쓰기 때문일까? (pahit은 ‘맛이 쓰다’는 의미) 그는 자기도 모르게 호기심에 이끌려 죽은 상대방의 혀를 손가락 끝으로 찔러보고 자기 입에 넣어 맛을 보았습니다.


시마따음빳은 시빠힛리다의 혀 맛이 자신이 맛본 그 어떤 쓴 맛보다도 더 쓰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시빠힛리다가 죽은 이유가 나무에서 떨어진 야자에 머리가 깨져 죽은 것이 아니라 그 충격에 자기 혀를 깨물어 혀 안의 악랄한 독이 입안에서 터져 그 독에 중독되어 죽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독을 조금 전 자기 입에 넣어 맛을 본 시마따음빳도 온 몸이 시퍼렇게 변하며 굳어졌습니다. 그는 자신이 방금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지만 이미 부질없는 자각이었습니다. 시마따음빳 역시 그 자리에 고꾸러져 곧바로 죽어버렸습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사람들은 두 도인의 시신을 거두어 그들이 결투를 벌인 라나우 호수 변에 묻어 장사 지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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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빠힛리다와 시음빳마따의 결투를 다룬 만화와 영화

 


 이 이야기는 인도네시아 민간에 편만한 삭티(sakti)의 개념을 다시 한번 조명합니다. TV 드라마나 영화에서 주로 쁜짝실랏(pencak silat) 무술로 묘사되기도 하고 때로는 중국 무협처럼 장풍과 경공을 쓰는 사람들이 붕붕 날아다니는 삭티는 사실 무술이라기보다 주술을 혼합한 도술에 가깝고 수련을 통한 육체와 정신능력의 발전이라기보다는 접신(接神)을 통한 초능력의 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무술이나 차력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죠. 


그리고 그조차도 뛰어 넘어 시빠힛리다처럼 저주하는 것만으로 상대방을 파멸시키고 시마따음빳처럼 원래 가진 두 개의 눈 말고 다른 눈 두 개를 더 뜨는 것은 삭티를 넘어서 매직(magic), 즉 순수한 주술이나 마법의 경지입니다. 결국 삭티라는 단어는 차력에서 도술, 마술까지를 포괄하는 매우 광범위한 개념인 것이죠.


이토록 흥미로운 삭티가 그간 현지 영화나 드라마에서 너무 허접하게 그려진 것은 홍콩 무협영화 전성시대를 이끌던 걸출한 감독과 배우들이 인도네시아엔 없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2019년 <군달라(Gundala)>로 시작한 인도네시아의 수퍼히어로 세계관인 ‘부미랑잇 유니버스’(Bumilangit Universe)가 삭티의 개념을 좀 더 세련된 방식으로 담을 것이라 예측해 봅니다. 인도네시아 수퍼히어로의 초능력은 기본적으로 ‘삭티’이니까요. 


얼마 전인 2022년 11월 17일 개봉된 부미랑잇 유니버스의 두 번째 수퍼히어로 영화 <스리아시(Sri Asih)에서도 인도네시아의 삭티를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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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미랑잇 유니버스 속 수퍼히어로들

 

♣배동선 작가는 인도네시아의 동포 향토작가. 현지 역사, 문화에 주목하며 저서  <수카르노와 인도네시아 현대사>와 번역서 <판데르베익호의 침몰>, 공동번역서 <막스 하벨라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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