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노파티* 치킨집
강인수
세노파티 골목길에
미스터 위자야씨의 단골집이 있다
마-눌 양념 치킨!
매-운 양념치킨!
바-사삭 치킨!
마포에서 잠시 살았다던 미스터 위자야씨
오늘도
눈에 익은 한국어가 반가운건지 매운 기억이 반가운건지
빈땅* 맥주 한 병에 추억을 잘게 썰어
삭힌 하얀 무 깍두기와 치킨
입에서 오물오물 마-눌 맛으로 변해갈 즈음
창문 밖 줄지어 가는 오토바이는
먼 데로 사라지는 햇빛을 달고
태엽처럼
긴 시간을 잇닿아서
노고산동 이십 오번지에 오른다
달빛 모이는 외진 뒷길을
바람이 따라가면
위자야씨의 매운 마음이
마눌처럼 어눌하게 읽힐 때
바사삭 튀겨진 내 마음도
아주 쬐끄만 쥐똥고추 입에 물고
맴맴거린다
*세노파티: 자카르타 남부의 지역이름
*빈땅맥주: 별 맥주(인도네시아 브랜드 맥주)
*시 읽기
한류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문화,음식,음악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에 깊숙이 파고든 한류는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중에 음식도 양국의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지요.
세노파티의 한 치킨가게에서 젊은 날의 한국생활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노신사를 만나보니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추억의 장소 그리고 그 때의 그 음식이 가슴 저리도록 그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한국에 오래 머무는 동안 사떼와 소또 아얌이 그리울 때가 있듯이 말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