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21 세노파티 치킨집/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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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21 세노파티 치킨집/강인수

기사입력 2024.02.1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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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노파티* 치킨집

 

                                          강인수

 

세노파티 골목길에

미스터 위자야씨의 단골집이 있다 

마-눌 양념 치킨! 

매-운 양념치킨!

바-사삭 치킨!

마포에서 잠시 살았다던 미스터 위자야씨

오늘도 

눈에 익은 한국어가 반가운건지 매운 기억이 반가운건지 

 

빈땅* 맥주 한 병에 추억을 잘게 썰어 

삭힌 하얀 무 깍두기와 치킨 

입에서 오물오물 마-눌 맛으로 변해갈 즈음

창문 밖 줄지어 가는 오토바이는

먼 데로 사라지는 햇빛을 달고

태엽처럼 

긴 시간을 잇닿아서


노고산동 이십 오번지에 오른다

달빛 모이는 외진 뒷길을

바람이 따라가면  

위자야씨의 매운 마음이

마눌처럼 어눌하게 읽힐 때 

바사삭 튀겨진 내 마음도 

아주 쬐끄만 쥐똥고추 입에 물고 

맴맴거린다

 

*세노파티: 자카르타 남부의 지역이름

*빈땅맥주: 별 맥주(인도네시아 브랜드 맥주)

 

문학산책 300.jpg
[사진: 강인수]

 

*시 읽기

한류라는 말을 오래전부터 들어왔습니다. 문화,음식,음악에 이르기까지 인도네시아에 깊숙이 파고든 한류는 좀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중에 음식도 양국의 가교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지요.

세노파티의 한 치킨가게에서 젊은 날의 한국생활을 그리워하는 중년의 노신사를 만나보니 사람은 어디에 있든지 추억의 장소 그리고 그 때의 그 음식이 가슴 저리도록 그리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한국에 오래 머무는 동안 사떼와 소또 아얌이 그리울 때가 있듯이 말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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