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네시아 정치도 필리핀화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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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정치도 필리핀화 되는가?"

기사입력 2024.02.1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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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대선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프라보워 대통령 후보와 러닝메이트 기브란. [자료사진]

 

"인도네시아 정치도 필리핀화 되는가?"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 한인뉴스 논설위원

 

1986년 2월 25일. 성난 필리핀 군중은 21년 장기 집권한 독재자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정권을 붕괴시켰다. 당시 28세의 나이로 하와이로 쫓겨났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일명 봉봉)는 2022년 대통령에 당선돼 그해 6월 말부터 필리핀의 대통령 직을 수행하고 있다. 아버지가 피플파워로 축출된 지 36년 만에 필리핀 대통령에 올랐다.

 

32년간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1998년 민주화 운동에 이은 폭동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한편 수하르토가 축출된 지 26년이 지났으나 수하르토 가문은 정치적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는 각각 피플파워로 독재 정권을 무너트리고 새로운 형태의 대통령중심제의 공화제를 채택했지만 각각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일까?

 

1998년 5월 수하르토가 사임하면서 수하르토 가문의 정치적 야심은 물거품이 되었다. 수하르토 이후 개혁시대(Era Reformasi) 초기에 강한 반(反) 수하르토 정서로 인해 수하르토의 자녀들은 즉시 수하르토의 정치 기반인 골까르당 지도부에서 추방됐다. 정치 분석가들은 수하르토 가문이 주요 정치 세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았다.

 

인도네시아 국제이슬람대학교에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사회운동을 연구하고 있는 정치전문가 마젤로 라이노 훼니스 연구원은 지난 1월 5일 자카르타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모두 민주적 틀 내에서 정치가 작동하고 있지만 권위주의적인 과거의 향수에 젖어있다고 보았다. 

 

마젤로는 동남아시아 정치전문가인 안드레아스 우펜(Andras Ufen)을 인용, 이미 2006년에 인도네시아의 정당이 '필리핀화'(Philippinization) 현상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인도네시아 정치권에서 필리핀화는 당내 권위주의 강화와 대통령제 정당의 부상, 유권자 매수 등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 정당정치 기반의 부족, 약한 정당 충성도, 새로운 정치가문의 등장 등을 지적했다. 비근한 실례로 2024년 대선 후보에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후보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러닝메이트 기브란 라까부밍 라까의 조합을 예로 들었다. 

 

마젤로는 인도네시아 정치의 역사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1966년 수하르토의 권위주의적 통치 이전에는 정당 메커니즘이 충성심과 이념을 중심으로 작동했다. 수카르노 정권 당시에는 인도네시아국민당(PNI)과 같은 민족주의자, 마슈미(Masyumi)와 같은 이슬람주의자 그리고 공산주의자인 인도네시아공산당(PKI) 소속의 사회주의자 등 정치적 이념이 분명하게 구분됐다.

 

수카르노 집권기의 다양한 정치적 성향은 수하르토 정권 하에서는 억압돼 행정부와 인도네시아군 내로 권력이 집중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산주의자뿐만 아니라 이슬람주의자, 민족주의자를 포함한 정권의 반대편에 선 인물들도 숙청 과정에서 제거되었다. 즉, 수하르토 정권은 수카르노 정권의 다양한 정치적 이념과 정당의 충성심을 억압하면서 통제된 정치적 환경을 조성했다.

 

1998년 수하르토의 몰락과 B.J. 하비비에게 권력 이양으로 민주화를 주도하는 개혁과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다. 마르코스 이후 처음으로 1987년 민주적인 선거를 치른 필리핀과 비교하면, 인도네시아는 2004년에야 첫 대통령 직접선거를 실시했다. 2004년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이 국민의 직접선거로 당선되기 전에는 국민협의회(MPR) 의원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접선거였다. 

 

2004년 인도네시아의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 이후 정치이념의 영향력이 감소하면서 인도네시아 정치는 필리핀의 정당체제와 유사해졌다. 수많은 민족주의 및 이슬람주의 정당의 출현에도 불구하고 정당의 이념보다는 정치지도자를 중심으로 세력이 모이고, 이로 인해 정당 충성도가 감소하고 정당정치 기반이 약화되었다.

 

필리핀 민주화 이후 정당체제와 수하르토 이후 인도네시아에서 대통령제 정당의 출현은 의미있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고 마젤로는 평가했다. 일관성 있는 국정에 관한 논의는 줄어들면서 신선한 아이디어, 다양한 관점, 자격을 갖춘 지도자의 발굴은 어렵게 됐고 거래정치가 확산되었다. 결과적으로 시민들은 정치에 대한 환멸과 민주주의 과정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았다.

 

민주공화정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은 과거의 권위주의를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이름을 지닌 현 필리핀 대통령과 수하르토 시대의 전직 육군 장성이었던 프라보워가 유력한 대선 후보라는 여론조사가 이를 방증한다. 

 

마젤로는 프라보워와 기브란의 파트너십이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았다. 이는 수년 간의 합의의 결과이다. 조코위 대통령의 아들 기브란은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이 된 것과 비슷하다. 정치적 연합의 사례는 본질적으로 우연이 아니다. 정치지도자들은 상호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협력한다. 최근 태국 선거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은 지난해 5월 태국 총선에서 승리했고 여전히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군부와 군주제가 지원하는 의회는 그가 총리가 되는 것을 막았다.

 

 마젤로 연구원은 인도네시아에서 정치 왕조가 부상하는 것을 인도네시아 정당 정치가 과두제(寡頭制, oligarchy)하에서 부패와 친족주의가 만연하는 필리핀 정치처럼 되는 "필리핀화"의 징후로 보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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