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위의 고양이
박서원
그는 난간이 두렵지 않다
벚꽃처럼 난간을 뛰어 넘는 법을
아는 고양이
그가 두려워하는 건 바로 그 묘기의
명수인 발과 발톱
냄새를 잘 맡는 예민한 코
어리석은 생선은 고양이를 피해 달아나고
고양이는 난간에 섰을 때
가장 위대한 힘이 솟구침을 안다
그가 두려워하는 건
늘 새 이슬 떨구어내는 귀뚜라미
푸른 방울 꽃
하느님의 눈동자 새벽별
거듭나야 하는 괴로움
야옹
야옹
*시 읽기
박서원 작가의 시 “난간 위의 고양이”를 관찰해 봅니다. 고양이는 난간 위를 날아다니고 넘어 다니며 위태로운 아슬아슬한 삶을 살아갑니다. 명수인 발과 톱을 가지고 예민한 코를 가졌어도 그는 두렵습니다. 무엇이 두렵고 괴로울까요? 하느님 앞에 웁니다. 늘 새롭게 맞닥치는 현실 다시 살아 내야 하는 우리들의 자화상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시인은 비록 괴로운 삶을 살다가 어느 날 인생을 내려놓았지만, 어찌 그녀만 괴롭고 고독했을까 생각해 봅니다. 난간 위의 우리들도 다 같은 처지라는 걸 깨닫고 살아간다면... 그 괴로움을 잠시 위대한 힘이 솟구치는 어떤 하루에 묻어 두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이 드는 날입니다.
*박서원
시인. 1960~2012년. 1989년 《문학정신》에 〈학대증〉 외 7편으로 등단. 시집 《아무도 없어요》, 《난간위의 고양이》, 《이 완벽한 세계》 등을 출간. 2018년 유고 시집 《박서원 시전집》 출간. 2012년 5월 10일 별세하였으나 알려지지 않다가 2017년이 되어서야 별세 소식이 알려졌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