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보로부두르, 돌에 조각하고 쌓아 만든 그림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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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부두르, 돌에 조각하고 쌓아 만든 그림책

기사입력 2012.01.25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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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보로부두르의 부조 중 한 장면


성찬 스님의 보로부두르 읽기

“보로부두르(Candi Borobudur)는 지혜롭고 자애로운 이웃집 할아버지입니다. 여러분이 각 부조에 새겨진 심볼과 인덱스를 해석할 수 있다면 보로부두르는 단순한 불교건축물이 아니라 고민과 갈등을 들어주고 위로를 주는 친절한 할아버지 같은 존재가 될 것입니다”라고, 성찬 스님이 보로부두르 사원을 한마디로 표현했다.

성찬 스님의 돌 향기 옛길을 찾아서강의가 열린강좌 제17강으로 21일 한인니문화연구원에서 열렸다.

이날 강의에서 성찬 스님은 부처님의 일대기를 기록한 보로부두르 사원 1층 주벽 상단 부조 120장면에 대해 집중적으로 해설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능인정사 지도법사인 성찬 스님은 각 부조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최신 유행어와 유머를 섞어 재미있게 설명하는 동시에 현재 우리 생활에 견준 조언 그리고 인도문화에서 유래한 남방 풍습과 문화에 대한 안내를 맛깔스럽게 풀어냈다. 

보로부두르를 보는 방법에 대해, 성찬 스님은 남문 왼쪽 부조가 1번이 되고 남문 오른쪽이 120번 마지막 부조가 되므로 남문 입구에서 왼쪽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보아야 한다며, 세상만물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한다고 생각하는 인도인의 사고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각각의 부조는 2~3개의 장면으로 세분화되는데, 구름을 경계로 하늘과 지상으로 나뉘거나 나무나 기둥을 경계로 왕궁의 안과 밖으로 나뉜다. 또한 매 장면은 좌우대칭 구조로 이루어져 있어 양쪽을 비교해서 보면 해석이 더 쉬워진다.

많은 학자들의 공통적인 견해에 따르면, 1층 주벽 부조는 방광대장엄경 중 석가모니 일대기를 묘사한 8상성도 가운데 부처님의 열반을 제외한 이야기들을 120장면으로 나누어 새겨놓았다.

성찬 스님은 부처가 하얀코끼리를 타고 마야 왕비의 옆구리로 들어갔다는 설화에 대해, 하얀코끼리는 인도에서 구름을 뜻하고 구름은 비를 내리며 농사짓는 사람들에게 물은 생명과 풍요를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그리고 마야 왕비가 수태할 때 그리고 출산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설화에 대해 꽃비는 생명의 고귀함을 의미한다며, 우리 모두는 꽃비가 내리는 가운데 태어난 귀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볼이 빵빵하도록 바람을 넣고 피리를 부는 악사, 무아지경에 빠져 춤을 추는 무희, 고개를 비스듬하게 기울여 마음이 흔들리는 모습을 표현한 호명보살, 검지로 이마를 가리키며 고민 끝에 해결책을 얻었음을 보여주는 천신, 떠돌이신의 예언을 들으며 호기심을 보이는 노인과 무덤덤한 반응을 보이는 청년 등 다양한 표정의 청중, 긴장을 푼 호위무사 등에서 드러나는 군상은 지금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머리장식의 높이와 화려함에 따라 구별되는 등장인물의 지위, 섬세하게 묘사된 장신구와 의상, 음식을 먹기 전 손 씻는 물을 담은 물병, 마시는 물을 담은 다기, 해충을 쫓는 불자, 해를 가리는 일산, 깃발, 부채 등은 당시 인도네시아 왕궁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장치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스님의 안내와 함께 부조를 보니, 그림 속 이야기와 상징 그리고 인물의 풍부한 표정 등이 또렷하게 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재외국민선거 국외부재자 신고를 독려하기 위해 참석한 설태환 영사는 보로부두르에 대한 기억은 더위와 짜증뿐인데 먼저 설명을 듣고 갔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강의를 마친 후 스님, 보로부두르 사원은 돌로 만든 불교 경전 같은 것인가요?” 묻자, 스님은 빙고! 글을 잘 모르는 사람들도 부조와 조각을 보면서 부처님과 불교 교리에 대해 배우고 깨달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이 보로부두르 사원이다라고 답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동양에서 손꼽히는 불교사원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된 아름다운 건축물이지만 지금까지도 누가, 언제, 무엇을 위해, 어떻게 만들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비밀의 사원이고, 그 자체가 가진 컨텐츠가 풍부해서 한두시간의 강의에 담아내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향후 보로부두르를 보고 경험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계속 이어지면 그만큼 보르부두르 이야기도 다양해지고 풍성해지지 않을까? 어느 날인가 보로부두르가 비밀을 벗는 날도 오지 않을까?    

▲ 열린강좌 제17강, 성찬 스님의 '돌 향기 옛길을 찾아서' 강의를 마친 후 기념촬영.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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