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부적
김사인
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요금 내고
은행 카드 대출 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 자루..... 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 공간 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衆寡不敵. 마루야마 노보루 <루쉰>에서 빌려옴.
*시읽기
김사인 선생님의 중과부적 이라는 시를 접해 보았습니다. 시인은 그의 인간됨에 따뜻함과 겸손. 타인에 대한 연민이 늘 마음 속에 있는 분 같습니다. 이 시는 공자가 말했다는 사무사의 시 정신을 직접 눈으로 보는 듯 하다고 김용락 시인은 말하고 있습니다. 최고의 삶은 중과부적 인생이 아닐까 라고 어느 글에서 썼듯이 무리가 많아서 감당할 수 없다! 참 인생 별거 없는데도 왜 이렇게 챙길 것은 많은지요? 그저 주위 사람들을 두루두루 돌보고 싶은 시인의 마음이 엿보입니다. 마지막 연을 읽다보니 우리 막내딸이 말하는 것처럼 보여 한참 웃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셨나요? 궁금합니다!
*김사인
시인. 1956년 충북 보은 출생해 서울대 국문과 졸업하고 2002년부터 동덕여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1981년 『시와 경제』 동인 결성에 참여하면서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고, 1982년 무크 『한국문학의 현단계』를 통해 평론도 쓰기 시작했다.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임화문학예술상, 지훈상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밤에 쓰는 편지』 『가만히 좋아하는』 『어린 당나귀 곁에서』 , 편저서로 『박상륭 깊이 읽기』 『시를 어루만지다』 등이 있다. 팟캐스트 ‘김사인의 시시(詩詩)한 다방’을 진행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