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농부
강인수
벼를 어떻게 베나요? 인생 처음 농부가 된 소년이 묻는다 일꾼들 사이에서 아버지 대신 일하러 나온 그가 물음표 닮은 낫을 들고 있다 우기가 지나간 자리 건기의 뜨거운 입김이 땅으로부터 불어오면 자바*의 들판은 면포에 물든 황금색처럼 반짝인다
소년의 거룩한 땀방울이 벼 아래 흙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나락을 훔치려는 새와 바람이 불 때마다 깡통 달고 있는 요란한 옷 주인 허수아비가 종일 싸운다
쌀 한 톨의 세계에 짠 맛 나는 인생이 있다는데 너는 아는 거니? 논 안에서는 한 발짝 들어가 아니 두 발짝보다 더 깊이 들어가 허리 숙여야 한다고 땅이 말한다 야생에서는 동물들이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논 서너 마지기 부쳐 먹더라도 쟁기만 잘 챙기면 허기진 배 채울 수 있다고 땅이 말한다
해가 밀려 나가는 시간에도 농부의 맨발은 아직 뜨겁다 어머니의 소박한 밥상을 꿈꾸며 집으로 돌아갈 시간 고개가 자꾸 숙여지네요? 물음표 낫처럼 말이죠 소년이 답한다
*자바: 인도네시아 대 순다 열도의 섬
*시읽기
차를 타고 자바의 넓은 들판을 달리다 보면 허리 굽힌 농부들의 일상과 마주칩니다. 그 삶에 어린 농부도 있으며 여인들도 있습니다. 쌀 한톨에 맺힌 땀 방울의 짠 내를 눈으로 느낄 즈음 땅이 쟁기를 챙기고 나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게으름을 피우려 하던 삶이 낫을 보는 순간 정신 번쩍 듭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