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41 어린 농부/강인수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강인수의 문학산책 #41 어린 농부/강인수

기사입력 2024.08.02 11: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어린 농부

 

강인수 

 

  벼를 어떻게 베나요? 인생 처음 농부가 된 소년이 묻는다 일꾼들 사이에서 아버지 대신 일하러 나온 그가 물음표 닮은 낫을 들고 있다 우기가 지나간 자리 건기의 뜨거운 입김이 땅으로부터 불어오면 자바*의 들판은 면포에 물든 황금색처럼 반짝인다

 

  소년의 거룩한 땀방울이 벼 아래 흙을 적시는 줄도 모르고 나락을 훔치려는 새와 바람이 불 때마다 깡통 달고 있는 요란한 옷 주인 허수아비가 종일 싸운다 

 

  쌀 한 톨의 세계에 짠 맛 나는 인생이 있다는데 너는 아는 거니? 논 안에서는 한 발짝 들어가 아니 두 발짝보다 더 깊이 들어가 허리 숙여야 한다고 땅이 말한다 야생에서는 동물들이 끼니를 거르기도 하는데 논 서너 마지기 부쳐 먹더라도 쟁기만 잘 챙기면 허기진 배 채울 수 있다고 땅이 말한다 

 

  해가 밀려 나가는 시간에도 농부의 맨발은 아직 뜨겁다 어머니의 소박한 밥상을 꿈꾸며 집으로 돌아갈 시간 고개가 자꾸 숙여지네요? 물음표 낫처럼 말이죠 소년이 답한다

 

 *자바: 인도네시아 대 순다 열도의 섬

 

young farmer.jpg
직스 코리안데이 논에 모 심기 체험 사진 [자료사진]

 

*시읽기

 차를 타고 자바의 넓은 들판을 달리다 보면 허리 굽힌 농부들의 일상과 마주칩니다. 그 삶에 어린 농부도 있으며 여인들도 있습니다. 쌀 한톨에 맺힌 땀 방울의 짠 내를 눈으로 느낄 즈음 땅이 쟁기를 챙기고 나오라고 말하는 듯합니다. 게으름을 피우려 하던 삶이 낫을 보는 순간 정신 번쩍 듭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