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광택 나고 싶다
강인수
오래된 선로 위로 겨울의 첫눈이 내릴 때
탑승을 기다리던 손님들 옆으로
가방을 든 노인, 승강장 옆에서
안경알 광택제 옥쏠라를 펼친다
모든 얼룩 제거!
안경알 광택 나게 하는 “옥쏠라”가
단돈 이천 원
생각만큼이나 복잡한 주머니 속 안경을 만지작거리다
첫눈처럼 가벼운 이천 원을 꺼낸다
나도 광택 나는 삶이고 싶어서
깊이 새겨진 얼룩도 지워질까?
맹물 같은, 눈물 같은 아무튼 뻥 일 것 같은 풍경
와! 훤하다, 세상 훤하다
혼잣말은 공중으로 퍼진다
내가 세상에서 처음 해 본 바람잡이
깃털같이 가벼운 눈발에
첫눈으로 얼룩진 열차가 들어온다
*시 읽기
신도림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이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옥쏠라 파는 노인과 눈이 마주쳐 안경알을 닦았던....
내 삶은 참 얼룩진 일들이 많은데 안경알만 닦을 것이 아니라 내 생애도 좀 광택나게 닦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다른 이들도 좀 같이 반지르르한 그런 삶에 동참시키느라 뻥일것 같은 안경알광택제 소리내어 너무 좋다고 바람잡이를 하니 순식간에 완판이 되더군요... 세상이 훤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