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
강인수
담장 위를 걷는다던가
맹수의 눈으로 번쩍인다던가
격렬히 세상을 물어뜯던 나
는 스스로 무심한 그림이 되었다
*시읽기
예전에 박서원 시인의 '난간 위의 고양이'라는 시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고양이는 아슬아슬한 담장이나 난간위를 다니며 맹수의 손과 발과 톱으로 생의 고달픔과 격렬히 싸웁니다. 인간도 그와 같아서 치열한 삶을 살아냅니다. 그러나 어느 때인가 나를 바라 볼때 참 무심하다라는 생각이 드는 나이가 옵니다. 길고양이가 집고양이로 변해 이제는 그 격렬한 싸움이 필요없는 무심한 세계에 있는 것을 보면서 어느덧 "너도 그렇구나!"라고 생각해 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