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포럼엔 아프리카 정상 6명…베이징 포럼엔 40여명 총출동
이번주 인도네시아와 중국에서 차례로 아프리카 관련 행사가 열렸지만,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은 인도네시아 대신 대거 중국으로 향해 국제사회에서 중국 위상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도네시아가 지난 1∼3일 발리에서 개최한 제2회 인도네시아-아프리카 포럼(IAF)에는 아프리카 정상들 참여가 저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4일 보도했다.
아프리카 각국 정상이 지난 4일부터 베이징에서 개막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참석을 위해 개막일 이전부터 대거 중국으로 향했기 때문이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제2회 IAF에 참석한 국가 정상은 개최국인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총 7명에 불과했고, 참가한 아프리카 국가 규모도 2018년 첫 포럼 당시 47개국에 비해 크게 줄어든 29개국이었다.
VOA는 많은 아프리카 국가 정상이 이번 포럼에 불참한 것은 중국에서 열리는 포럼에 참석하기로 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실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아프리카 협력 포럼 개막 이틀 전이자 IAF가 열리던 기간인 지난 2일 이미 베이징에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등 아프리카 각국 정상들과 베이징에서 연쇄 회담을 갖고 양측간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자카르타에서 활동하는 외교전문가 크리스토퍼 도린 톰슨은 VOA에 아프리카 정상들이 상징적으로 중국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아프리카 국가 정상들은 IAF 참석 이후 베이징으로 향해 두 포럼에 모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로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 참석자 규모는 IAF를 크게 압도하고 있다.
참석 대상인 중국과 수교를 맺은 아프리카 53개국 가운데 40여개국에서 대통령, 총리 등 정상급 인사들이 총출동했고 아프리카연합(AU) 집행위원장, 유엔(UN) 사무총장 등 국제기구 수장들도 베이징에 집결했다.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슈퍼파워인 미국과 전략 경쟁을 벌이는 중국의 국력과 위상을 과시한 셈이다.
그럼에도 인도네시아는 IAF에서 거둔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자평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레트노 마르수디 외교장관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35억 달러(약 4조7천억원)에 달하는 비즈니스 계약(거래)이 성사됐다"며 이는 2018년 제1회 IAF 당시 기록한 5억8천600만 달러(약 7천800억원)의 6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연구혁신청(BRIN)의 데위 포르투나 안와르 수석연구원도 "인도네시아 항공업계가 여러 국가와 계약을 체결하고 석유 회사들도 계약을 체결하는 등 구체적인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인도네시아의 국제적 위상 강화를 시도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1955년 반둥에서 첫번째 아시아-아프리카 회의를 개최한 이후 아프리카와의 협력을 중시해 오고 있다고 VOA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