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비 참석률 역대 최고"…주변 도로 등 인산인해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을 순방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세 번째 방문국 동티모르에서 대규모 야외 집회를 열자 현지 인구 약 절반 규모가 미사에 참석했다.
10일 교황청 등에 따르면 교황은 이날 오후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 있는 타시톨루 공원에서 야외 미사를 집전했다.
타시톨루 공원은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로부터 독립운동을 벌이던 1989년 당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방문해 대규모 미사를 집전했던 곳이다.
동티모르 당국은 30만명이 미사에 참석하겠다고 등록했지만 이보다 훨씬 많은 약 60만명이 미사 장소를 찾았다고 발표했다. 동티모르 인구가 130여만명인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약 절반이 한자리에 모인 것이다. 동티모르는 전체 인구 약 98%가 가톨릭 신자다.
현지 언론은 과거에도 교황의 야외 미사에 신자 수백만 명이 모인 적은 있지만 인구 대비 참석자 비율로는 이번이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전했다.
동티모르 시민들은 이날 미사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서 공원에 입장했으며, 공원으로 향하는 도로는 사람들과 승용차, 버스, 트럭들로 꽉 막히는 등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온이 30도가 넘는 가운데 사람들이 그늘도 없는 벌판에서 미사를 기다리자 소방 당국은 살수차를 동원해 물을 뿌려주기도 했다.
현지 통신회사는 너무 많은 사람이 모이면서 현장 일대 통신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밝혔다.
이날 미사에서 교황은 동티모르 시민들에게 "이렇게 많은 어린이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라며 "여러분은 참으로 젊은 나라이며 우리는 여러분 땅 구석구석에 생명이 넘쳐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동티모르는 2002년 독립해 21세기 첫 독립국으로 불린다.
교황은 또 미사 말미에 동티모르 해변에 악어가 있다는 점을 언급한 뒤 "여러분의 문화와 역사를 바꾸려는 악어를 조심하라"고 말하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은 교황이 이전에도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처럼 서구의 가치를 다른 나라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반복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교황은 오는 11일 동티모르에서 싱가포르로 이동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