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모래
(Jakarta Pik의 인공해변에서)
강인수
해변은 천국의 문턱처럼
시시각각 빛나
춤을 추는 것 같아
하얀 두루마리 같은 모래
끝없이 펼쳐진다
인공의 기쁨
우리는 환상 속에 노래를 부르지
잃어버린 것이 없는 사람처럼
그 여름의 끝에서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사실은
살갗이 벗겨진 수많은 일군의 등
을 보았지
신발을 벗고 고운 모래를 밟을 때
작은 불씨가 된 알갱이
쓰라림은
발바닥에서 무릎을 타고 배꼽을 지나
가슴을 파고들었지
반대편 저쪽에서
출렁이는 물결 사이로
들숨 날숨을 뱉는 바다는
깎여나간 자기 몸을 어루만지는
한숨이라는 것을 알았지
빈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린 거짓말에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들이
끝없이.......
우는 것을 보았지
*시읽기
자카르타 픽의 인공해변에 펼쳐진 고운모래를 밟았습니다. 축제처럼 시끌벅적한 사람들 틈에서 마음이 쓰라렸습니다. 그릇된 욕심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것 아닐까 생각도 들고 화려한 도시계획 속에 잃어버린 것이 없는 것처럼 보여도 우리는 어쩌면 많은 것을 잃고 사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