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신성철] 알쏭달쏭 말 한마디 “뜨리마 까시” “인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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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철] 알쏭달쏭 말 한마디 “뜨리마 까시” “인샬라”

기사입력 2024.11.12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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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의 석양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알쏭달쏭 말 한마디 “뜨리마 까시” “인샬라”

글: 신성철 데일리인네시아 발행인 / 한인뉴스 논설위원


인도네시아 관광지 입구에 들어설 때면 상인들의 호객 행위가 성가시다. 섣불리 대응하면 계속 따라붙기 일쑤다. 이때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낮은 음성으로 “뜨리마 까시(Terima Kasih)~”라고 말한다면, 더 이상 추근거리지 않고 물러난다. 자주 유용하게 써먹을 수 있는 마법의 말 한마디이다. 물론, 권유에 대한 정중한 거절로 “띠닥 뜨리마 까시”(Tidak terima kasih) 또는 “뜨리마 까시”를 쓸 수 있다.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가장 많이 쓰는 말 가운데 하나가 “뜨리마 까시”(Terima Kasih, 감사합니다)이다. 이 말은 누군가가 해준 도움, 선물, 또는 친절한 행동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직역하자면, "terima kasih"는 "terima"는 "받다"를 의미하고, "kasih"는 "사랑, 친절" 또는 "선물"을 의미한다. 그래서 직역하면 "사랑(호의)을 받는다"라는 뜻이지만, 일상적인 의미로는 "고맙습니다"에 더 가깝다. 또 의견이나 발표를 마치고 맺음말로 “뜨리마 까시”라고 하면 무난하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어를 교육하는 고등교육기관 가운데 우리에게 잘 알려진 가자마다대학교(UGM) 한국어학과와 인도네시아대학교(UI) 한국학과가 몇 년 전 학과명을 모두 한국언어문화학과(Prodi Bahasa dan Kebudayaan Korea)로 바꿨다. 언어와 문화의 밀접한 관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언어는 문화를 반영하고,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언어는 단순히 의사소통 수단이 아니라, 그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문화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외국어 공부는 시간 낭비일까? 기계적인 번역이나 통역은 얼마든지 AI에 묻고 답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언어에 담긴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움직일 수 없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비효율적인 번역 작업은 인공지능에 다 맡기고 인간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일에 집중하는 시대를 목도하고 있다. 

 

이슬람 신자가 85% 이상인 인도네시아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 가운데 “인샬라”(Insya Allah)라는 말이 있다. “신이 허락한다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인샬라"는 이행 여부가 불투명한 약속이나 기대하는 바를 말할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당장 결정하기 어렵거나 본인이 결정 권한 밖에 있다는 의미를 에둘러 표현할 때 많이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일상 대화에서 습관적으로 사용한다. “인샬라”라고 말할 때, 그들의 말씨나 표정을 순간적으로 읽어낼 수 있다면 그들의 문화를 어느 정도 이해했다고 볼 수 있다. 어쨌든 속내를 알 수 없는 “인샬라”를 듣는 순간,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일상 대화에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인샬라”는 모든 결정에 신중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습성을 나타낸다. 동남아시아 해양부에 위치한 인도네시아는 전통적으로 바다를 통한 해상무역을 통한 경제 활동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이러한 환경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좀더 높은 만큼 신에 의존하게 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인도네시아는 섬으로 이루어져 있어 인근 왕국 간 또는 멀리 인도, 중국, 중동의 상인들과 거래하려면 이방인과 신뢰를 쌓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했던 만큼 신뢰를 쌓아나가는 과정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는 신중한 태도이며, 이렇게 맺은 관계는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인도네시아에는 300여 종족이 있으며, 그 중 인구의 45%인 약 1억2천만 명의 자바족이 자바섬 중부와 동부에 살고 있고, 전국적으로 흩어져 거주하는 만큼 자바문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자바사람들의 신앙이자 생활양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 끄자웬(Kejawen)이 이들의 삶의 저변에 깔려 있다. 이들은 ‘아니다’라는 의미의 띠닥(tidak)이라는 부정어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상대방과의 갈등이나 마찰을 회피한다. 무엇인가를 사양할 때조차 인도네시아인은 뜨리마까시(감사합니다)라고 말하거나 미소를 짓는다. 따라서 자바인들과 대화할 때 '야'(ya 또는 iya)가 진정한 의미의 '예'인지 '아니오'인지를 구별하기 위해 상황이나 표정을 살펴야 하고, 인도네시아 안에서도 이것이 익숙하지 않은 다른 종족이나 외국인들은 자바사람들을 음흉하다며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한다.


일상 대화에서 거북하게 느껴지는 단어들도 이해가 필요하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부정적인 결과를 우려해 책임을 회피하거나 우회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단어로 ‘끼라끼라(Kira-kira 대략), 뭉낀(mungkin, 아마도), 띠닥따우(tidak tahu 모른다), 꾸랑따우(kurang tahu, 잘 모른다), 무다무다한(mudah-mudahan, 모쪼록), 떠르스라(terserah, 알아서 하세요) 등이 있다.


흔히 상대를 언짢게 하는 걸 원치 않거나 말하기 곤란하다고 생각할 때, 부모 또는 가족이 아프거나 일이 생겨서 할 수 없다고 하기도 한다. 또한 때때로 실수하거나 무안한 마음이 들 때, 웃거나 미소를 짓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외국인 직장 상사의 화를 돋우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인의 미소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정말로 만족하거나 수긍할 때와 어색, 당혹스러움, 부끄러움, 민망, 근심, 거부, 긴장감 등을 감추려 할 때이다. 후자의 경우 인도네시아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무시당한다거나 뻔뻔하다고 느끼고 오해할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 사람은 처음 만났을 때조차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워하며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들의 환대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신뢰를 쌓기 위해 기다림이 필요하다. 인도네시아 격언에 “비아르 람밧 아살 슬라맛”(Biar lambat asal selamat)이라는 말이 있다. “늦더라도 확실한 게 낫다”라는 이 격언은 한국인의 습성인 “빨리빨리”와 대비되는 인도네시아 사람들의 생활철학이다. 느림의 미학인 시간을 두고 관찰하며 신뢰를 쌓아가는 이들을 태도에 익숙해져야 인도네시아인들과 관계를 지속할 수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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