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60 난파선의 나침반-프레이저아일랜드에서/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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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60 난파선의 나침반-프레이저아일랜드에서/강인수

기사입력 2025.01.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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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파선의 나침반 -*프레이저아일랜드에서


                                                     강인수 


호주에서 일본으로 가던 배가

허비베이에서 사이클론을 만나 방향을 잃었다지


목적지로 향하던 나침반이 멈췄을 때


살점이 뜯겨나간 철골

마헤노* 배는 모래 위에 누워버렸다


나는 항해하던 배의 나침반이 되는 상상을 했지 


바람은 단지 공기가 아니라

길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알았다


세찬 바람에 뒤척이며, 맞서며

소용돌이의 한가운데

바다 속에서 몸을 잃는 것


파도가 선미를 밀고

서로 부딪치며 누군가는 소리치며


어두움을 끌어내리려 애쓰는

심장이던 배의 키가 부러지게 되는


나는 내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지

물방울로 흩어지는 몸을 보았지


더 이상 내가 아니었을 때

모래 위 마헤노가 속삭였지


“그래도 가던 길로 향하자”


모든 소리가 파도에 잠겨버린 듯

난파선이 나침반을 꼭 쥐고

모래에 박혔는데도


아직 바늘은 목적지를 가리키고 있었지



마헤노난파선 500.jpg
마헤노 난파선 [unplash.com]

 

 

*프레이저 아일랜드: 호주 동부 해안을 따라 뻗은 세계에서 제일 큰 모래섬

*마헤노:1935년 호주에서 일본으로 향하던 배가 폭풍으로 난파된 배이름


*시읽기

 호주 브리즈번과 허번 사이에 있는 프레이저 아일랜드에 갔었습니다

 긴 모래섬을 따라가다 보면 모래에 박힌 낡은 배 한 척을 만나게 됩니다.

 그 배가 바로 마헤노라는 난파선인데 낡고 녹슬어서 가고자 했던 길을 못가고

 멈춰버린 세월 속에 갇혔더군요. 배가 방향을 잃었으나 목적지는 잊지 않고 있는 듯

 보였습니다. 비록 나침반이 모래에 묻혔을지라도....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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