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75 나는 비행 중입니다/강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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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75 나는 비행 중입니다/강인수

기사입력 2025.05.08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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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행 중입니다 

 

                                        강인수 

 

양팔을 벌리고,

공중에서 조용히 순항 중입니다

바람을 거슬러 호흡을 거칠게 내쉽니다

남쪽 나라의 한때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릴 때면

울렁이는 배처럼

잠시 흔들릴 뿐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얀 구름을 스치며

아래 세상 이야기를

한 조각씩 훔쳐 듣고 싶습니다 —

하지만 말 대신

마음속에서만 그립니다

어쩌면

모든 청취는 상상일 뿐.

문득,

하늘이 덜컹거립니다

바람 속의 흔들림은

돌길을 걷는 것처럼

거칠고 느닷없다가

어둠이 옆으로 스칩니다

삶은 그런 것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

항상 그 중간 어디쯤.

무서운 시간을 삼켜내며

말합니다“

어서 고향으로 가자.”

하늘을 토닥이는 때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순간.

태초의 아침처럼

해가 떠오르면.

새벽의 하늘,

다시금

심장을 두드립니다

곧,

바람의 언덕 너머

지상의 아침이 기다릴 때

눈동자를 적시며

빛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창문을 따라 밀려드는 빛,

그 결을 헤아리며

한 줄의 시를

허공에 남기고

그제야

말없이

내려옵니다

 

 

비행.jpg
[사진: 조연숙]

 

 

 

#시읽기   

내가 비행기가 되는 상상 적도의 바다를 건너 비행을 하다보니 

인생이 비행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비행기 안에서 시를 한 편 적어봤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아침 해를 맞는 느낌은 경이롭고 신비롭습니다. 빛을 맞이하는 

비행기는 삶을 유영하는 나와 닮았습니다. 상상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한 줄 시를 통해서 존재를 남기는 행위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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