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행 중입니다
강인수
양팔을 벌리고,
공중에서 조용히 순항 중입니다
바람을 거슬러 호흡을 거칠게 내쉽니다
남쪽 나라의 한때
소나기가 갑작스레 내릴 때면
울렁이는 배처럼
잠시 흔들릴 뿐
다시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얀 구름을 스치며
아래 세상 이야기를
한 조각씩 훔쳐 듣고 싶습니다 —
하지만 말 대신
마음속에서만 그립니다
어쩌면
모든 청취는 상상일 뿐.
문득,
하늘이 덜컹거립니다
바람 속의 흔들림은
돌길을 걷는 것처럼
거칠고 느닷없다가
어둠이 옆으로 스칩니다
삶은 그런 것
부드럽고,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
항상 그 중간 어디쯤.
무서운 시간을 삼켜내며
말합니다“
어서 고향으로 가자.”
하늘을 토닥이는 때
그것만으로도
안심이 되는 순간.
태초의 아침처럼
해가 떠오르면.
새벽의 하늘,
다시금
심장을 두드립니다
곧,
바람의 언덕 너머
지상의 아침이 기다릴 때
눈동자를 적시며
빛을 맞이할 준비를 하며.
창문을 따라 밀려드는 빛,
그 결을 헤아리며
한 줄의 시를
허공에 남기고
그제야
말없이
내려옵니다
#시읽기
내가 비행기가 되는 상상 적도의 바다를 건너 비행을 하다보니
인생이 비행과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비행기 안에서 시를 한 편 적어봤습니다.
비행기안에서 아침 해를 맞는 느낌은 경이롭고 신비롭습니다. 빛을 맞이하는
비행기는 삶을 유영하는 나와 닮았습니다. 상상의 렌즈로 바라보는 세상과 소통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한 줄 시를 통해서 존재를 남기는 행위입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