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자전거
강인수
아파트 경비실 옆
오랫동안 서 있는 자전거는
지난봄부터 주인 없이
그 자리에 제비꽃이 되어버렸네
구석에 쳐박혀 시시때때로
빗물 먹어가며
따가운 볕에 익어가는 안장
장바구니 앞에 달고
쓸쓸하게 서 있는 두 다리
하얀 바구니 안에
플라스틱 컵, 찢어진 종이는
누군가 흘리고 간 생의 접속
시집,오렌지,우유 담고 달리던
늙은 벗의 가슴에
흔적을 남긴 자들의 비대면 신호
허물 벗은 두 바퀴가
바닥으로 녹아내릴 듯
녹슨 숨을 헐떡이며
무심한 바람을 보듬으며
그리운 이에게
끝내 닿지 못할 메시지를 남긴다
시읽기
자전거라는 과거의 ‘직접적인 관계와 접촉’을 의미삼아 사람과 사물, 과거와 현재, 쓸쓸함을 생각해 보았어요.
즉, 과거에는 함께 숨 쉬고 움직이며 ‘닿던 관계’였지만, 지금은 단절된 관계로 인한 상실감을 자전거에 빗대어 써 보았어요.
여전히 나의 자전거는 저를 기다리고 있겠죠?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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