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강인수
종로를 걷다 보면
이탈리아 식당, 중화요리, 돈가스집
골목마다 다른 맛의 시간이 줄지어 있다.
정오의 햇살 속으로
셔츠 소매를 걷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 아미드 호텔 건너편,
조그만 한밭 집이 있다는 걸 알고 있는가.
가을바람이 살랑거릴 때
낯이 가볍게 간질거릴 때
식당 앞 야외 둥근 테이블,
작업복 차림 사내들의 호탕한 웃음,
낙엽 밟는 소리,
일회용 커피를 든 젊은 남녀들의 수다가
바람 속에 겹쳐 머문다.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두어 사내가 큰 소리로 말한다.
“밖에서 먹으니 좋구나,
풍경이 좋구나.”
작업복 차림 사내들이 젓가락을 놀리며 웃는다.
#시 읽기
가을이 성큼 왔습니다. 도심의 가을은 바람결과 사람들의 발소리에서
더 깊게 느껴집니다. 서민적인 풍경과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겹쳐지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서로 다른 삶의 결이 한 장면 안에서 어우러질 때,
그 순간이 ‘풍경이 좋다’는 외침으로 표현해봤습니다.
단순한 식사 장면을 넘어,
잠시나마 ‘삶의 쉼표’를 얻은 사람들의 인간적인 온기를 느끼면서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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