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쁘다
강인수
오늘은 예쁘다. 라고
그 말만 되풀이하며 걷는다.
산등성이 노을,
붉은 빛이 번져가고
버스 정거장 앞 나무 그림자가
길게 누워 있다.
벽돌 사이 담쟁이 잎이 모여 산다,
작은 손 잎사귀 더미를 이불로 덮은 담
산책 나온 유모차 속
강아지는 귀가 쫑긋
앞서가는 두 손 꼭 잡은 연인
사랑의 향내가 진동하여
그 뒤에서 빛나는 내 말
오늘은 모두 다, 예쁘다
감나무에 걸린
주홍 물방울들
대롱대롱
예쁘다,
예쁘다.
발끝에 스며드는 사람 냄새,
바람에 흔들리는 지금,
모든 것이 예쁘다
#시읽기
그런 날 있잖아요? 오늘을 즐겨라! 하늘이 예쁘고 공기가 산뜻하고 내 마음도 너그러워지는 그런 날, 예쁘다라는 표현이 절로 나오는 날, 그런 날들이 자주 왔으면 좋겠습니다.
푸쉬킨의 시를 빌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우리의 남은 삶을 잘 즐기며 좋은 시로 노래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위로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