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총각
강인수
남쪽 바람 따라
한 시절 놀다 돌아오니
옛 사랑은
온데간데 없고
동네 지붕 끝마다
제비총각 기다리던
새 처녀들이
햇살 속 머리 빗는다
금세 정 붙일 듯
날렵하게 다가서려다
바람결에
흩어지는 깃털
그래도 엣 사랑이 나았던 게지
어느 한 곳에서도 깊은 잠
함께하지 못하고
돌아갈 길 잃은 듯
누구의 처마에도
들지 못한 채
둥지도 틀지 못하고
오늘도 홀로 떠돈다
시읽기
제비라는 이미지! 어쩌다 그 새가 뻔뻔한 이미지로 변색 됐을까. 다 그런건 아니지만 어떤 동물처럼 인간도 타고난 본능적 욕망과 번식의 행동을 하며 짝을 짓고 짝을 버리고 또 새로운 짝을 찾아 살아가기도 합니다. 절대사랑으로 지고지순한 커플도 있지만, 가십거리로 듣는 이웃의 삶이 그러했고 사돈의 팔촌의 삶이 그러했으며 가까이 우리들 조상의 삶이 또 그러했으라 상상해봅니다. 실컷 떠돌다 온 제비가 이 사랑 저 사랑 찾아 헤매다 갈 곳 잃어 홀로 떠도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통쾌하고 누군가는 뜨끔하는 인간사 다 그런거지라고 웃어버리는 시 한편 적어보았습니다... 합평하면서 문우들과 교수님이 바람피는 제비를 보고 배꼽잡고 웃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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