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서 긱 경제(Gig Economy)가 확대되면서 노동시장도 부업과 플랫폼 노동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긱 경제는 필요에 따라 노동력을 단기적으로 고용하는 임시 계약 중심의 경제 시스템이다. 지난 11월 29일 중앙통계청(BPS)에 따르면 부업을 가진 노동자 비중은 2021년 11.25%에서 2023년 15.45%로 증가했다.
디지털 리서치 기업 Populix가 지난 7월 발표한 조사에서도 밀레니얼·Z세대 노동자가 부업을 소득원으로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28%가 프리랜스 또는 부업을 통해 부족한 소득을 충당하고 있었으며, 특히 젊은 층에서 그 비율이 “훨씬 높았다”.
특히 자카르타·반둥·수라바야 등 대도시의 청년층을 중심으로 “하나의 소득만으로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응답이 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임금 인상률 둔화가 있다. 컨설팅기업 Mercer Indonesia 자료에 따르면 임금 인상률은 2020년 8.7%에서 올해 6.3%로 낮아졌고, 식비·교통비·주거비는 꾸준히 상승했다. 실질소득이 줄어들면서 많은 청년층이 생계를 위해 투잡과 프리랜스 업무에 의존하고 있다.
과거 배달·운송 중심이던 플랫폼 노동은 최근 IT 개발, 디자인, 번역, 디지털 마케팅, 회계·데이터 분석 등 고숙련 직종까지 확대됐다.
해외 플랫폼을 통한 원격 근무와 달러 수입을 추구하는 흐름도 뚜렷하다. 이는 노동시장이 ‘정규직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프로젝트 기반·단기 계약 중심의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긱 경제의 확산이 곧 긍정적인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는 대부분 자영업자로 분류돼 BPJS 고용보험·산재보험·연금 등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인다. 계약서 없이 일하는 경우가 많아 임금 체불과 사기 피해가 반복되며, 소득 변동도 크다. 주업과 부업을 병행하면서 장시간 노동으로 번아웃을 겪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국립 인도네시아대학교(UI) 인구통계연구소와 노동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인도네시아에서 ‘precariat(프레카리아트)’로 불리는 불안정 노동계층을 확대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일자리는 유연성이 있지만, 안정성·보장성·경력 축적 면에서 취약하다.
UI 인구통계연구소의 이 데와 그데 까르마 위사나는 앞서 자카르타포스트에, 긱 경제 일자리는 일반적으로 유연성을 제공하지만 사회보장 미비, 소득 변동성, 여가·노동 시간의 경계 모호화 등 위험을 가진 불안정 노동계급 “프레카리아트” 확산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초기 단계다. 옴니버스법(Omnibus Law) 이후 플랫폼 노동을 제도권에 편입하려는 논의가 있었으나 적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배달·운전 직군의 일부만 BPJS 가입이 의무화됐고, 디지털 노동자를 포괄하는 통계 시스템은 여전히 미흡하다. 해외 원격근무 증가로 국경을 넘는 고용 형태가 일반화되면서 기존 노동 규제로는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사회보장제도 개편과 플랫폼 노동자 보호를 포함하는 새로운 노동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은 필요하지만, 보호 장치 없이 확산되는 긱 경제는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불안정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긱 경제는 인도네시아 청년층의 새로운 소득원이자 경력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기반이 뒤따르지 않으면, 긱 경제는 기회가 아니라 구조적 불안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인도네시아 노동시장의 다음 단계는 이 균형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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