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인도네시아, 성과의 해가 될 것인가”
글: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발행인
2026년 인도네시아는 ‘변화의 약속’이 ‘체감되는 성과’로 옮겨지는지를 시험받는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 출범 이후 2년 차에 접어드는 시점에서, 정치·외교·경제·사회 전반의 논의는 점차 비전보다는 집행과 결과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경제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확장 재정 기조를 이어가면서도 환율과 물가 안정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성장률 5% 안팎을 가정하고 있지만, 글로벌 금리 환경과 루피아 변동성은 여전히 변수다. 재정 지출 확대가 단기 성장에는 기여할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과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불확실성 속 견실한 경제 성장 전망
지난 12월 16일 세계은행(World Bank)이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상향 조정했다. 2025년과 2026년 성장률을 각각 5%, 2027년은 5.2%로 내다봤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나온 평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세계은행의 판단 근거는 분명하다. 민간 소비가 다소 둔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와 수출이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부펀드 다난타라(Danantara)를 통한 공공투자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민간 신용 증가, 그리고 비교적 안정적인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입이 성장의 하방을 지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낮은 물가와 재정 부양도 가계 소비를 떠받치는 요소로 지목됐다.
그러나 성장률 숫자만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뚜렷하기 때문이다. 최근 1년간 고용은 늘었지만, 새로 생긴 일자리의 상당수는 저임금 부문에 집중됐다. 실질임금은 2018년 이후 하락 흐름을 벗어나지 못했고, 중숙련 일자리는 저숙련·고숙련 일자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는 가계 소비의 회복력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미·중 경쟁 심화 환경에서 아세안 중심성 강조 필요
외교 측면에서 인도네시아는 비동맹적 실용 외교 노선을 유지하며 방산, 에너지, 식량 분야 협력을 다변화하려 할 것이다. 이는 국제 정세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지난해 11월 개최한 세미나에서 인도네시아 외교정책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세미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된 평가는 신중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외교정책을 비교적 중앙집권적으로 운용하면서 협력 파트너와 외교 무대를 다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이 얼마나 일관되고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CSIS 연구진은 프라보워 외교의 성격을 ‘직관 중심’이라고 진단했다. 초기 국면에서는 전략적 감각이 작동했지만, 이제는 보다 구조화된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교정책 결정 과정이 소수 참모진에 국한되지 않고, 외교부의 전문성과 국회의 민주적 감독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외교는 한 개인의 결단만으로 운영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지역 차원에서는 아세안의 위치가 다시 강조됐다. 인도네시아 외교에서 아세안은 여전히 중심축이어야 하며, 내년 아세안 사무총장 선출은 인도네시아가 역내 리더십을 재확인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미·중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아세안 중심성은 외교적 완충지대이자 전략 자산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프라보워 대통령의 외교 1년은 ‘결론’보다는 ‘과정’에 가깝다. 외교의 재조정이 선언이 아니라 구조와 제도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그리고 아세안·미국·중국 사이에서 인도네시아식 균형 외교가 어떤 형태로 구체화될지는 이제부터가 관건이다.
최우선 국정과제 무상급식의 난제…기후와 재난 대응 방안은
정치는 강한 중앙집권형 권력 운영이 유지되는 가운데, 대형 공약의 성과가 핵심 변수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최우선 국정관제인 무상급식은 2026년 대폭 확대가 예정된 대표적 정책이다. 복지 확대라는 명분은 분명하지만, 식품 안전, 조달 투명성, 지역별 집행 역량 문제는 여전히 논쟁의 소지가 크다. 2026년은 이 정책이 상징적 공약을 넘어 제도화된 국가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르는 해가 될 수 있다.
사회적으로는 기후와 재난 문제가 일상적 의제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홍수, 산사태, 해안 침수와 같은 현상은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여기에 대규모 복지·인프라 사업이 현장 관리 부실이나 환경 문제와 결합될 경우, 사회적 긴장은 증폭될 수 있다.
문화와 관광 분야에서는 ‘양적 성장’보다는 지속가능성과 지역 분산이 강조될 가능성이 크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관광을 지역 경제 활성화의 수단으로 계속 활용하겠지만, 과도한 이벤트 중심 정책보다는 안전, 환경, 지역 공동체와의 조화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종합하면, 2026년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는 해라기보다, 이미 선택한 길의 성과와 한계가 드러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성과가 축적된다면 안정의 해로 기록될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집행 능력과 제도 설계에 대한 질문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2026년은 인도네시아가 ‘의지의 정치’를 넘어 ‘관리의 정치’로 이동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다. [데일리인도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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