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을 열어도 될까요?
강인수
내 귀 어딘가에 커튼이 쳐졌습니다
당신과 나 사이의 장막이네요
내 귓가에 쳐진 커튼을 열 때
급하게 젖히지 말고
열어도 될까요,
라고
그렇게 물어주세요
어쩌면
먹먹하던 귀는
서럽다가
조용히 상긋해질 것이고
캄캄한 동굴에
작은 소리 하나
스며들어 온몸이
깨어날 것입니다
머릿속에서
지평선을 잃은 사람은
살금살금 다가오는
친절한 물음 앞에서
잘려 나갔을지 모를
미래를
다시 붙들고
귀 기울여보겠지요
커튼은
그냥 열리는 것이 아니라
깊숙한 저기 어디에서 신호의 허락이
떨어져야 열리는 것이라서
마음이 열린 눈동자
그 곁에서
가만히 안도의 숨을 고르는 안부,
그 다정함이 나의 세계를 다시 트이게 합니다
#시읽기
귀가 안들릴 때 있나요? 요즘 참 많습니다. 먹먹한 상황에 장막이 쳐진 일상은 답답하면서 고요합니다. 소통이 막힐 때 우리는 그를 급하게 부르거나 재촉하지 맙시다. 먼저 숨을 고르고 다정함으로 커튼을 열어봅시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했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됐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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