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네시아사람처럼 말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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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사람처럼 말하세요”

기사입력 2012.03.14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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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신성철 데일리인도네시아 대표

이곳에 사는 한인들은 Tangerang, kuningan, Bekasi, Semaggi, Serpong, Sentul, Cikarang 같은 지명을 땅그랑 땅으랑, 꾸닝안 쿠닝안, 브까시 버카시, 스망기 서망기, 서르뽕 세르퐁, 슨뚤 센뚤, 찌까랑 치카랑 등 여러 가지로 발음하거나 한글로 표기한다. 한국인의 인도네시아 진출 역사가 반세기에 접어들고 있는 지금, 좀더 정확하게 인도네시아어를 구사하고 한글표기법도 정리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인도네시아어를 정확하게 구사하는 것일까? 답은 명료하다. 인도네시아 사람과 똑같이 말하는 것이다.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UI) 한국학과의 자이니 교수는 "제대로 교육을 받은 사람이 말하는 바하사 인도네시아(Bahasa Indonesia)를 표준어라고 할 수 있다"며 "국영방송국 TVRI 뉴스앵커가 구사하는 언어가 표준어고, 그들의 발음이 표준발음"이라고 말했다. 통상 한 국가의 표준말은 정규교육을 받은 국민이 수도를 중심으로 사용하는 말로 규정한다. 자이니 교수는 TV 드라마나 토크쇼 등에서는 사투리를 쓰거나 속어를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사람이 따라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앞에 언급한 인도네시아 지명의 올바른 발음에 대해 묻자, 자이니 교수는 땅그랑, 꾸닝안, 브까시, 스망기, 서르뽕, 슨뚤, 찌까랑 등으로 발음하는 것이 맞으며, 다만 첫 번째 된소리 음소인 K. T. C. P 등은 액센트 없이 발음하는 것이 정확한 발음이라고 답했다. 한국인들이 틀리는 쉬운 발음에 대해서 그는 rokok(담배), Depok(지명), becak(인력거), bapak(남성 존칭) 등을 언급하며, 한글로는 로꼭, 데뽁, 베짝, 바빡 등으로 표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말을 할 때는 마지막 음소인 K를 약하게 발음해 로꼬, 데뽀, 베짜, 바빠 정도로 들린다고 말했다. 

▲ 자료사진 : 자카르타 시내도로와 표지판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식당에서 여종업원을 부르는 호칭으로 '써스'(SUS)가 많이 쓰였으나 최근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이에 대해 의견을 묻자, 자이니 교수는 언어는 사람과 마찬가지고 태어나고 사라지는 유한성이 있다며, 써스는 네덜란드 식민시대에 유래한 말로 지금은 사어가 됐고, 외국인 남성의 존칭인 tuan과 여성의 존칭인 nyonya도 사라지고 있는 단어들이라고 덧붙였다.

1970년대 배를 타고 인도네시아에 온 원목회사 직원부터 최근에 스마트폰으로 무장하고 오는 첨단 IT.금융업체 직원까지 가장 먼저 배우는 말이 쯔빳 쯔빳’(cepat cepat, 매우 빨리)인데, 실제로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일상에서 이 말을 잘 쓰지 않는다. UI 한국학과 루라 니 아딘다 학과장은 “인도네시아 사람은 보통 급할 때, sedikit cepat(좀 빨리), cepatan(서둘러) 정도로 지시한다”며 “평상시에 ‘매우 빨리’ 무엇을 한단 말인가? 솔직히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씁쓸하지만 쯔빳 쯔빳은 한국식 인도네시아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국인들이 잘 쓰는 우리말의 ‘왜’ 또는 ‘뭐라 말했는데’에 해당하는 Kenapa(끄나빠)도 조심해야 할 표현이다. 자이니 교수는 kenapa는 공손하지 못한 표현이므로 Apa yang dikatakan? (무슨 말씀이신지요?) 또는 Bagaimana? (다시 한번 말씀해 주세요?) 등으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 된소리 >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어를 발음할 때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꺼려하는 것 중 하나가 된소리 발음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알파벳으로 표기된 외국어를 된소리로 읽는데 저항감을 느끼는데, 아마도 한국어 표기법에서는 된소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알파벳을 영어식으로 발음하는데 익숙해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인도네시아어뿐만 아니라 스페인어, 러시아어, 네덜란드어, 태국어, 베트남어, 중국어 등에서도 나타난다.

이미 러시아어 등 일부 언어를 중심으로 어문학자와 해외 거주 한국인들이 현실과 괴리된 외래어표기법을 각국 언어의 현실을 반영해 된소리를 표기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문화의 다양성이 강조되고 상대국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는 추세에 따라, 어문당국도 이를 반영하기 시작했고, 지난 2010년 말에는 동남아시아 지역 일부 언어의 외래어표기법을 새로 고시했다. 새 표기법의 제정으로 그동안 ‘’푸케트’ ‘호치민’ ‘콸라룸푸르’ 등으로 적어 왔던 동남아시아의 지명이 ‘푸껫’ ‘호찌민’ ‘쿠알라룸푸르’ 등 현지 발음에 가깝게 변경되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말레이어는 새 표기법에서 제외됨에 따라 Palembang을 한국에서 한글로 표기할 때 ‘빨렘방’이 아니라 ‘팔렘방’으로 계속 써야 된다. 그렇다고 해서 인도네시아에서도 한국인들이 발음할 때는 팔렘방이라고 해야 할까? 현지에서는 실용적 부문을 고려해서 Palembang을 빨렘방으로 표기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언어는 사람간의 소통수단으로, 시대와 장소에 맞춰 변화하는 가변성을 가지므로 하나의 원칙만 고수하기 어렵다. 우리 입장에서 인도네시아어는 인도네시아사람과 소통하기 위한 수단이므로, 인도네시아인과 말할 때 또는 인도네시아에서 직접 활용해야 하는 정보를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는 인도네시아인이 알아들을 수 있는 발음으로 표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한편 자카르타, 수마트라, 수카르노, 수하르토 등 널리 알려진 일부 고유명사의 경우는 된소리를 쓰지 않고 편의상 거센소리를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자까르따, 수마뜨라, 수까르노, 수하르또 등으로 쓰면 웹사이트에서 검색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주영 연합뉴스 자카르타 특파원은 서울로 송고하는 기사는 한국어 맞춤법에 맞춰 된소리를 사용하지 않지만, 현지에서는 이렇게 하면 어색하고 불편하므로 현지어에 가깝게 된소리를 사용해 표기하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영어와 불어 서적 번역전문가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한겨레교육문화센터에서 '번역작가 양성과정'을 맡고 있는 번역가 강주헌 박사도 이 문제에 대해 한국에서 출판되는 인쇄물의 경우는 한국어 맞춤법을 따라야 하지만 현지에서는 발음에 혼란을 줄 수 있는 만큼 현지어 발음에 충실하게 표기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철자 E 발음> 
인도네시아어에서 철자 E는 뒤에 붙는 자음이나 음절의 위치에 따라서 여러 가지로 발음이 되며, 우리말 모음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고 ‘ㅡ’와 ‘ㅓ’의 중간음 또는 ‘ㅔ’로 발음한다. 스망기와 땅그랑의 경우는 거의 ‘ㅡ’처럼 들리지만, 서르뽕의 경우는 ‘ㅡ’와 ‘ㅓ’의 중간발음이면서도 ‘ㅓ’에 가깝게 들리고, ‘브까시’는 ‘ㅡ’에 가깝게 발음된다. 자카르타 남부에 위치한 신도시 Sentul의 경우는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센뚤’로 읽지만 실제로 현지인들은 ‘슨뚤’에 가깝게 발음한다. 찌레본과 찔레곤처럼 음절 중간에 위치해 약한 ‘ㅔ’로 나는 경우도 있다. 또한 Serpong(지명)은 ‘서ㄹ • 뽕’으로 발음되며, 중간의 R이 약하게 발음되면서 3음절이 아니라 2음절 단어가 된다.

이쯤 되면 인도네시아어를 배우는 입장에서 혼란스럽겠지만 E를 발음하는 원칙도 특별한 것은 없다. 현지인이 발음하는 것을 듣고 따라서 하는 방법이 최고다. 특히 지명과 인명 같은 고유명사의 경우는 독특하게 발음하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접하거나 잘 모르는 발음은 현지인에게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천천히 말하기>
언어는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인데, 말이 빨라서 상대가 못 알아듣는다면 말을 하는 이유가 반감된다. 더욱이 외국인 입장에서는 현지인이 빠른 속도로 쏟아내는 현지어를 충분히 알아듣기는 쉽지 않을뿐더러, 외국인이 상대적으로 덜 정확하고 어색한 발음과 표현을 써가며 빠른 속도로 말을 한다면 현지인도 제대로 알아듣기 어려울 것이다.
정확한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상대가 알아들을 수 있는 속도로 정확하게 말을 하고, 상대방의 말을 빨라지면 다시 말해 달라고 하고 속도를 늦춰달라고 하는 편이 낫다. 괜히 알아듣는 척하고 끄떡였다가 나중에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인도네시아가 고속경제성장을 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들이 인도네시아를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국가 중 하나로 의외로 언어장벽이 높다. 한국인 가운데 인도네시아어를 정확하게 발음하고, 인도네시아어로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고 통역 없이 회의나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둘러본다면 인도네시아어가 결코 쉬운 언어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최근에는 영어와 동시에 현지어가 강조되는 추세여서, 인도네시아어로 진행되는 국제행사도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로 충분하게 소통하고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려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 인도네시아인 가운데도 교육수준이 낮거나 지방에서 성장한 사람들 가운데는 지방어의 발음이나 어휘를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배울 때는 표준어를 구사하는 인도네시아인의 발음과 표현을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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