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 문 환 / 칼럼니스트 / 재외선거관리위원장
제19대 국회의원선거가 종료되며 인도네시아 재외국민선거도 제1막을 내렸다. 처음 치러진 재외선거인지라, ‘기대 반 우려 반’의 예상은 그대로 현실로 드러났다.
가장 당혹스런 부분은 대부분의 투표자들이 소속 지역구에서 출마하는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정확히 모르고 투표장을 찾았다는 점이다. 고국에서의 지역구 후보자 등록은 3월22일, 23일 양일간에 진행되었으며, 3월 29일부터 4월 10일까지 선거운동기간이 주어졌다. 그런데 본국으로 투표지를 공수하는 기일을 감안하여 3월 28일부터 이미 재외투표는 시작되었다.
즉 선거 캠페인이 시작되기도 전에 재외국민들은 투표를 하게 된 것이다. 민주국민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입구에 비치된 지역별 후보자 명단을 찾거나 인터넷 검색을 한번씩 한 다음에야 곧장 기표소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6일간의 투표기간이 지나면서 집계된 통계를 보면, 전 세계에 체류하는 재외국민 총 유권자수 대비 평균 2.4%라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으며, 인도네시아의 유권자 대비 투표율도 3.9%라는 수치에 머물렀다.
수요일인 첫째 날 90명을 시작으로, 113명(목), 104명(금), 257명(토), 300명(일), 236명(월)이라는 숫자가 말해 주듯이 투표가 시작된 3월 28일을 전후한 시점은 최저임금 문제로 인한 근로자 데모설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였으며, 3일째인 금요일엔 실제로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국회의사당 주변의 고속도로가 봉쇄되면서 땅그랑, 버까시 등 공업지역으로 연결되는 도로가 폐쇄되어 자카르타 주변지역이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데모가 멈춘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 집중적으로 투표가 이뤄졌으나 전체적으로 기대했던 투표율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해외에 장기 체류하는 재외국민들은 참정권을 행사할 기회가 적어, 생애 처음 투표에 참가하거나, 또는 몇 십 년 만에 투표소를 찾았다는 소회를 표현하는 유권자들이 꽤 많았다. 투표를 하고 돌아서는 유권자의 표정은 한결같이 밝았으며 감격, 희열, 자긍심이 역력히 배어 나오는 감정표출의 일면도 엿 볼 수 있었다.
일부 한인사회 지도부는 아예 첫날 이른 시간부터 투표장을 찾아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휴일은 가족단위의 투표자가 많아, 부모의 손에 이끌려 온 어린 자녀들은 민주주의 현장실습을 몸소 체험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졌으며, 투표절차를 하나 하나 설명해 가며 실습을 보이는 부모들의 진지한 태도는 역시 세계적인 자녀교육열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가족끼리 역사적인 순간을 인증샷으로 남기며 투표장 밖 휴게실에서 커피 잔을 들고 끼리끼리 환담하는 모습은 말 그대로 ‘민주주의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그런데 가끔 투표소 밖에서 탄식을 하는 목소리도 들려 왔다. 유권자 신분 확인에 필수적인 신분증이 이민국 수속을 위해 관공서에 모두 제출되어 빈손으로 오신 분, 아니면 깜빡 잊고 신분증을 두고 와서 발걸음을 돌리는 경우도 있었다. 등록장소와 투표장소가 다른 줄을 모르고 등록장소였던 대사관까지 갔다가 돌아오는 분, 회사 현지인 직원에게 등록서류를 맡겼다가 그 직원의 태만으로 등록시한을 넘겨버렸는데도 이를 보고받지 않아 헛걸음을 친 유권자들도 있었다.
이제 재외국민선거는 첫걸음을 뒤로하고, 12월의 대사(大事)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 거국적인 행사를 위해 집행기관인 주재공관은 물론, 진행안내원, 참관인, 투표사무원, 선관위원 등 17명의 한인사회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금년 12월 19일을 향해 보폭을 더 늘이게 된다. 4월 마지막 주말에 벌써 선관위원들은 평가회와 자체연수를 시작으로 대오를 정비하기 시작했다. 제도적 보완점은 관계요로를 통해 건의될 것이고, 집행단계에서의 개선점은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고쳐나갈 것이다. 우리 한인사회도 모처럼 주어진 우리 자신들의 참정권 행사를 통해 재외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높이는데 실질적인 행동으로 기여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끝-
<상기 글은 재인도네시아 한인회에서 발행하는 2012년 5월호 '한인뉴스'에 게재된 내용을 필자의 동의를 받아 전재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