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을 비롯해 외국인 가정을 대상으로 상습 절도행각을 벌여온 현지인을 붙잡은 똑똑한 한인이 화제다.
회사원 A씨는 자신의 친구로 사칭해 금품을 빼돌리려던 인도인 인상착의의 현지인 제키를 가사도우미와 경비, 경찰 등과 치밀하게 협력,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로 유인해 체포했다.
A씨의 제보에 따르면, 지난 7월 11일 용의자 제키는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한 아파트 경비실로 전화를 걸어 A씨의 친구라며 A씨의 가사도우미를 연결해 달라고 한 뒤, “A씨가 어디 있냐”고 물었고, 도우미는 “회사에 출근했다”고 답했다.
A씨의 도우미는 경비실을 통해 전화가 걸려온 만큼 제키가 자신의 고용주와 친구 관계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고, 제키는 한국인이 다수 거주하는 아파트 경비원들은 한국인 아무개의 친구라고 하면 경계하지 않고 ‘아파트 호수와 전화번호’ 등 인적사항을 알려주는 허술함을 노린 것이다.
가사도우미들은 통상 이 같은 전화를 받으면 고용주의 친구라고 믿기 십상이다. 하지만 A씨의 도우미는 똘똘했다.
제키는 도우미에게 다시 전화를 해 “친구 A씨가 아프다”며 “A씨의 방에서 돈을 가지고 나와라”고 요구했고, 도우미는 즉각 A씨에 전화해 사실을 보고했다.
A씨는 아파트 경비원과 경찰 등과 공조했다. 사복경찰을 아파트에 잠복시키고 도우미에게도 행동요령을 지시했다.
제키가 차를 몰고 아파트 앞에서 도우미에게 전화해 “돈을 가지고 나와달라”고 하자, 도우미는 “돈은 준비했으나 아직 일이 있어 나갈 수 없으니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기다려달라”고 유인했다.
제키는 의심없이 아파트 주차장으로 진입했고, 잠복하고 있던 경찰이 그는 현장에 붙잡았다.
파출소에 끌려간 제키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으나, 조사 중 그의 소지품에서 차량번호증명(STNK)과 위조여권 5장이 발견돼 덜미를 잡혔다.
취조 결과, 용의자 제키는 7년 전부터 한인 등 주로 아시아인을 타깃으로 현금, 자동차, 패물, 골프채 등 십여 차례에 걸쳐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여죄를 조사 중에 있다.
제키는 주로 한국 사람이 권위주의적인 만큼 고용주의 친구라고 하면 가사도우미들이 의심하지 않는 점, 한인이 집단으로 거주하는 아파트의 경비가 허술하다는 점, 방학기간에 안주인이 없이 도우미가 혼자 있을 점 등을 노리는 치밀함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