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발리사람, 와얀 뇨만 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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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리사람, 와얀 뇨만 마데..

기사입력 2012.10.20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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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은 축복이며 죽음은 축제

글: 양승윤 한국외대 명예교수 (동남아학)

발리 힌두 사회에서는 한 사람이 가지는 이름이 최대 여섯 가지가 된다. 당연히 개인 이름이 있다.
 
이 개인 이름은 우리의 경우와 흡사하게 친족 명이나 이곳에서 카스타(Kasta)라고 칭하는 카스트(the Caste) 명이 앞에 나오고, 출생 순서에 따라 이름이 나온 뒤에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구스띠 와얀 라마(Gusti Wayan Rama) 같은 형태이다.

성과 돌림자 뒤에 자신의 이름이 나오는 우리네 경우와 비슷하다. 가장 흔한 발리의 개인 이름으로 남자는 라마(Rama)와 아르야(Arya)가 있고, 여자는 샨띠(Shanti)와 라띠(Ratih)가 있다.

가장 흥미로운 것은 출생순서에 따른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의 쟈바와 발리를 문화인류학 연구 대상으로 삼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클리포드 거츠의 설명이 흥미롭다.

발리에서는 출생과 동시에 출생 순서에 따라서 형제자매의 일원으로 자동적으로 이름이 붙여진다. 사산아의 경우에도 붙여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러한 명명 방식은 물론 거주 지역이나 사회적 지위가 다른 집단에 따라 다소 간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가장 보편적인 체계는 첫째 아이에게는 와얀(Wayan), 둘째에게는 뇨만(Nyoman), 셋째에게는 마데(Made), 넷째에게는 끄뚯(Ketut)이라는 이름을 붙이며, 그 다음 아이부터는 이 순서를 반복하여 부른다. 그러므로 다섯째 아이는 다시 와얀이 되고 여섯째는 뇨만이 된다.

이와 같이 출생 순서에 따른 이름은 한 마을에서 아이들이나 아직 미혼인 젊은 남녀를 부르거나 지칭할 때 자주 사용한다. 그러므로 당연하게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이 많게 마련이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서 출생 순서의 이름 뒤에 개인 이름을 덧붙이게 된다.

부모가 자식을 부를 때뿐만 아니라 아직 자식이 없는 형제자매가 서로 상대를 부를 때 개인 이름이나 친족 명칭보다 예외없이 이 출생 순서에 따른 이름을 부른다.

▲ 자료사진

와얀 대신에 와얀과 같은 의미로 뿌뚜(Putu)를 쓰는 경우도 흔하다. 와얀과 뿌뚜 모두 남녀 구분 없이 사용되나, 그데(Gede)와 루(Luh) 처럼 남성과 여성을 지칭하여 장남과 장녀 또는 5남과 5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도 있다. 그데는 ‘크다’라는 의미로 자주 사용된다.

마데 이외에도 같은 의미로 능아(Nengah)나 까덱(kadek)을 쓰는 경우가 있으며, 뇨만과 같이 쓰이는 꼬망(Komang)도 있다. 능아는 표준 인도네시아에서 중심 또는 가운데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데와 루처럼 분명하게 성별을 나타내는 경우도 있으나, 나머지는 모두 남녀를 구별하지 않고 혼용하는 단어들이다.

사람이 출생 순서에 따라 네 개의 의미 없는 이름으로 구분하는 발리의 호칭법은 진정한 의미에서 서열을 정한 것은 아니다. 발리 공동체가 장남(장녀)인 와얀이나 막내인 끄뚯에게 어떤 개념적이거나 사회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발리의 호칭법이 순서 이름으로 개개인의 구체적인 특징을 표현하지도 않으며, 순서 이름이 실생활에서 형제자매의 위치나 서열을 나타내지도 못한다. 와얀이 첫째가 될 수 있고 다섯째도 될 수 있으며, 아홉째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발리의 전통 농업 왕조가 적극적으로 장려해 온 인구정책에 따라 엄청난 다산과 이에 따른 높은 사산율과 유아기와 아동기의 조기 사망으로 마네나 끄뚯이 실질적으로 많은 형제자매 중 첫째가 될 수도 있었고 와얀이 막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순서 이름의 명칭들이 발리 사람들에게 암시하고 있는 것은 ‘출생이란 와얀 뇨만 마데 끄뚯을 돌아 다시 와얀으로 시작하는 순환 계승의 고리로서 끊어지지 않고 부단히 네 단계를 거듭하는 것’이다.

힌두 신앙에서 육체를 가진 인간들은 모두 하루살이처럼 오고 간다. 그러나 이들의 자리를 잇기 위해서 새로운 와얀과 끄뚯이 탄생되어 신들이 시간을 초월한 세계로부터 나타나는 것처럼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들 갓 태어난 아기 와얀과 뇨만과 마데와 끄뚯은 모두 신들과 가장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발리 힌두신앙에서 ‘탄생은 누구에게나 동일한 축복이며 사망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나는 축제’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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