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2013 메단 꼴베 공부방과 수녀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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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메단 꼴베 공부방과 수녀들 이야기

기사입력 2013.05.06 1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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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성탄절에 꼴베 공부방 아이들과 수녀들이 수녀원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이들이 고개를 들고 밝게 웃어요"


“꼴베(Colbe) 공부방에 처음 온 아이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채 구석에 앉아서 눈치만 봅니다. 교사 수녀 손에 이끌려 우물가에서 손과 얼굴을 씻고, 닭튀김을 받아서 점심으로 먹은 뒤 다른 아이들과 공부도 하고 놀이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 새 아이의 표정이 밝아지 고개도 올라가요. 자존감을 찾은 거죠”라고 전하는 수녀들의 얼굴에도 환한 웃음이 가득하다.

북부수마트라 주도 메단시 빈민촌에 있는 꼴베 공부방을 운영하는 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Franciscan Missionary Sisters of Assisi) 소속 박영순 수산나와 허영미 크리스티나 수녀를 데일리인도네시아가 지난달 30일 자카르타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수년 전 문화탐방 프로그램에서 박영순 수산나 수녀 일행을 처음 만났는데, 당시에 수녀들은 메단에서 구호활동을 하기에 앞서 인도네시아대학교(UI) 데뽁 캠퍼스에서 외국인을 위한 인도네시아어 교육과정(BIAP)을 공부하고 있었다.

수녀들은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은퇴할 때까지 메단에서 계속 활동하게 된다고 했고, 그래서인지 사전준비도 더 열심히 했다.

BIPA 과정을 마친 수녀들은 메단으로 가서 2004년에 수녀원(YAYASAN SUSTER FRANSISKAN MISIONARIE ASISI)을 설립하고 지금까지 선교와 사회복지활동을 하고 있다.

메단에서 수녀들이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 활동은 저소득층 가정의 아동을 대상으로 한 산타 클라라 유치원과 현지 초등학생들을 위한 꼴베 공부방 운영, 후원자-아동 결연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 저소득층 생계 지원을 위한 돼지와 염소 분양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지는 지역의료봉사 등이다. 

최근에는 다른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사와 수녀들과 아이들과 함께 동네를 청소하면서 환경을 깨끗이 해야 한다는 인식을 만들어 주려는 노력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국인 수녀 2명이 수녀원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한국인 수녀 3명과 현지인 수녀 4명 그리고 예비학생 수녀 9명 등이 활동하고 있다.

▲ 꼴베 공부방 수녀들이 아이들이 먹을 점심을 도시락에 담고 있다. 아이들이 많아진 후에는 위생문제와 설거지를 고려해 각자 빈 도시락을 가져오면 거기에 음식을 담아주고 있다. 도시락을 깨끗하게 닦아오지 않으면 음식을 받을 수 없다고 한다.


"공부방에 와서 닭튀김을 처음 먹어 본 아이도 있어요"


수산나 수녀와 함께 자카르타를 방문한 크리스티나 수녀는 꼴베 공부방에 처음 온 아이가 닭튀김을 앞에 놓고도 먹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기에 이유를 물었더니 자기 앞으로 옹근 조각의 닭튀김을 처음 받아보았다고 답을 했다고 현지 사정을 전했다.

수녀들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시골사람들이 메단 시로 와서 처음 정착하는 지역으로 정기적으로 의료봉사를 오는 의사에 따르면 시골 아이들보다 이곳 아이들의 영양상태가 더 나쁘다고 한다. 

크리스티나 수녀는 점심을 먹지 못해 공부방에 와서 배가 고파서 쓰러지는 아이도 있다며, 물과 죽부터 먹여서 회복을 시키는데, 꾸준히 공부방을 다니면서 점심을 제대로 챙겨 먹고, 수녀님들의 위생지도에 따라 손과 몸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이면 영양상태가 좋아지고 피부병도 줄면서 활기가 생긴다고 했다.

메단은 돼지를 사육하는 가정이 많아서 하천이 분뇨에 오염된 상태지만 집에 우물이 없으면 하천에서 목욕을 할 수밖에 없어서 피부병이 많다고 한다.

더욱이 자카르타와 싱가포르 그리고 한국에서 후원자들이 아름아름 모아서 보내주는 헌 옷과 신발 그리고 학용품 등을 새 학기가 되면 공부방 아이들에게 나누어주는데, 상대적으로 주변 아이들보다 좋은 옷과 신발을 갖게 돼 오히려 외모로는 부촌 아이들에 밀리지 않게 된다고 했다.

▲ 꼴베 공부방 아이들이 수녀 교사와 책상에 앉아서 방과 후 공부를 하고 있다. 집에 돌아가면 책상이 없어서 엎드려서 배를 깔고 공부하는 아이들도 흔하다.


"가난하지만 똑똑한 학생들을 후원해주세요" 

꼴베 공부방에 오는 아이들은 대부분 학비를 내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고, 부모 없이 할머니 손에 크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자카르타나 한국의 후원자들을 연결해 1대1로 학비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자카르타에서 개인사업을 하는 한 후원자는 꼴베 공부방 어린이를 후원하는 소감에 대해 “돈으로만 후원하는 부끄러운 후원자”라며 “따뜻한 사랑을 동반한 물질적인 도움이 이상적인 후원이지만, 최선이 어려우면 차선으로 물질적인 도움이라도 주려고 한다. 절대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어린 자매에게 그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도울 수 있어서 감사와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나 혼자가 아니고 날 후원(지원)하는 사람들이 있는 따뜻한 세상을 느끼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장학금 지원 프로그램의 경우 공부방 아이들에게 한정하지 않고 학업성적은 우수하지만 가난한 가정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후원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대학생도 지원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생 1명의 학비를 지원할 경우 1년에 약 70만 루피아(한화 8만원 상당)를 후원하면 된다. 

▲ 나집 군의 어머니가 여러 해 돼지를 키웠지만 처음으로 아이들과 가족을 위해 돼지를 잡았다며 그중 일부를 수녀원에 가져왔다.


"아이들을 위해 처음 돼지를 잡았어요"


수녀원에서 하는 빈민 지원 사업 중 하나는 돼지와 염소 새끼를 분양하는 일이다. 수녀원을 방문했던 후원자가 어려운 가정을 지원하고 싶다고 해서 낸 아이디어로, 새끼를 한 쌍 분양해주고 나중에 첫 배의 새끼 한 마리를 돌려받아서 다음 사람에게 분양해주는 방식이다. 

수산나 수녀는 나집 군의 부모로부터 돼지고기를 받던 날이 기억이 난다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몇 년 전 이탈리아에서 메단을 방문한 로사린다 수녀가 몸이 아파서 늘 누어있는 꼬맹이 나집(현재 6세)의 집을 방문하고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해서 암돼지를 한 마리 사주었다. 

나집의 부모는 몸이 아픈 막내아들 나집과 그의 누이 7명과 함께 쓰레기 더미에서 폐품을 모아 팔아서 생계를 이어가는데, 로사린다 수녀가 사준 돼지를 잘 키워서 첫 새끼를 받은 뒤 이를 팔아서 고3인 딸의 학비를 내고 남은 돈 50만 루피아를 수녀원에 가져왔다.

그리고 나서 돼지가 두 번째 새끼를 낳자, 나집의 부모는 그 중 한 마리를 평소 잘 먹이지 못하고 아파도 약 한 번 못 사주는 아이들을 위해 잡고 고기 중 일부를 수녀원에 가져왔다. 

수녀들은 첫 번째 돼지새끼 판 돈을 받았으니 됐다고 만류했으나, 나집의 어머니는 수녀들에게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데 음식솜씨가 없어서 그냥 고기를 가져왔다며 수녀원을 찾아왔다.

수산나 수녀는 고기를 들고 오던 나집의 어머니의 환한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며, 쓰레기 더미에 파묻혀 살아도 고마움을 잊지 않고 기쁘게 다시 돌려주는 마음이 진흙탕 속에서 피는 연꽃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 리돈 군은 수년 간 한센병(나병)을 앓다가 수녀원의 도움으로 나병을 치료하고 염소를 분양받아 키우고 있다. 염소를 받고 기뻐하는 리돈.


"염소 총각 장가 간데요"


수녀원에서는 싱가포르에 거주하는 한인 의사의 도움을 받아서 의료봉사를 한다. 이 의사는 매년 휴가를 메단으로 와서 수녀원과 가까운 농촌의 주민들을 무료로 진료해준다. 

시골에서 여러 해를 병명도 모르고 아파하던 리돈 군이 수녀원의 무료진료 소식을 듣고 찾아왔고, 수녀들은 한센병(나병)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진단을 받는 것도 쉽지 않아서 현지 병원을 찾아서 정확히 나병이라는 진단을 받기까지 1년의 시간이 걸렸다. 다시 치료약을 구하기 위해 수소문하던 중 어렵게 한국에서 한센병 치료약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리돈에게 세 가지 약을 한 알씩 먹으라고 전달하고 며칠 뒤 잘 먹고 있냐고 문자를 하니, 매번 네 알씩 먹고 있다는 답이 왔단다. 약을 세 가지만 줬는데, 어떻게 네 알을 먹은 것인지 알아보니, 병에 든 양약이 처음이어서 방습제까지 먹은 것이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치료가 끝나고, 무슨 일을 할 수 있냐고 물으니 염소를 키울 수 있다고 해서, 수녀원에서 염소 한 쌍을 사주었다.

그가 열심히 염소를 키우는 모습을 보던 그의 아버지가 다시 염소 한 쌍을 사주어 네 마리를 키우게 됐고, 성실한 그의 모습에 반한 아가씨가 생겨서 38살의 노총각이 조만간 결혼하게 됐다고 한다.

크리스티나 수녀는 리돈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무료진료봉사를 한 의사와 리돈의 진단비를 후원한 사람, 치료약을 보내준 사람, 염소를 사준 후원자와 그의 아버지 등 여러 사람의 작은 도움들이 모여서 한 청년의 삶의 바꾸는 기적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 수녀들이 자카르타를 방문해 후원자들과 함께 스파게티 소스, 초코잼, 코코넛 오일 등을 직접 만들어서 자카르타연합교회 바자회에서 판매하는 등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의 왼쪽 첫 번째가 박영순 수산나 수녀이고 세번째가 허영미 크리스티나 수녀다.


남유럽 경제위기 불똥 메단 수녀원에도


수산나와 크리스티나 수녀에게 자카르타에 온 이유를 묻자, 후원금을 모금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그들에 따르면, 그동안 꼴베 공부방을 비롯한 구호활동은 이탈리아의 도시국가인 산마리노공화국과 그곳의 개인후원자들이 보내주는 후원금으로 충당했는데, 최근 수년간 이탈리아 경제 상황이 나빠지면서 올해부터 후원금이 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당장 공부방 아이들의 식사가 닭튀김에서 닭죽과 미고렝으로 바뀌었고, 앞으로 꾸려나갈 일이 막막하다고 했다.

이에 수녀들이 자카르타를 방문해 후원자들과 함께 스파게티 소스, 초코잼, 코코넛오일 등을 직접 만들어서 자카르타연합교회 바자회에서 판매하는 등 후원금을 모으기 위한 활동을 하게 된 것이다.

두 분 수녀에게 다소 껄끄러운 질문인 후원금 관리에 대해 묻자, 항상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엄격하고 투명하게 관리한다고 답했다. 설명에 따르면 예산은 유료로 운영되는 유치원, 꼴베 공부방 등 구호활동을 하는 아씨시 프런체스코 재단 그리고 수녀원인 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 등 세 부분으로 나누어 관리된다.

재정감사는 재단 감사회가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연 1회 한국 관구에서 관구장 수녀가 직접 메단으로 출장을 와서 감사를 하고, 다시 4년에 한 번은 이탈리아 총원에서 나와서 감사를 한다. 감사 때는 회의록과 회계장부를 일일이 대조한다. 

수산나 수녀는 “저희가 봉사하는 곳은 도시빈민 즉 절대빈곤층이 사는 곳이다. 여러분의 따뜻한 관심과 후원금 뿐만 아니라 쌀, 라면, 의류 등의 물품후원, 의료지원 등의 재능후원 등도 기다리고 있다”며 “여러분이 신뢰할 수 있게 예산과 후원금을 투명하고 엄격하게 집행하고 관리한다”고 강조했다.

두 분 수녀와 동행한 한 후원자는 이번 인터뷰의 목적에 대해, ▲현재 후원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수녀원의 활동을 확인시키고 후원에 대한 자부심을 심어주고 ▲ 아직 후원하지 않고 있는 사람들에게 후원을 권유하고자 하며 ▲ 지금은 사정이 안 되지만 나중에라도 후원하려 할 때 꼴베 공부방을 기억할 수 있게 하고 ▲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활동을 위해 기업이나 단체의 후원을 받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메단 빈민촌에서 활동하는 수녀님과 봉사자들 그리고 그들을 후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통해서 그곳 아이들과 주민들이 조금 더 나은 생활을 하게 되고 희망을 갖게 되기를 바라며, 두 분 수녀님과 인터뷰를 마쳤다.


<후원을 위한 연락처 및 계좌번호>


1. 수녀원 이름 : 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Franciscan Missionary Sisters of Assisi)

2. 재단 이름 : YAYASAN SUSTER FRANSISKAN MISIONARIE ASISI

3. 연락처
              주소:  S.F.M.A
                       Jl.Bunga Rampai No.99 
                       Simalingkar B Medan 20135
    
              전화 : 061 77020097 / 0813 96988000
    
              e-mail : sfmaindonesia@hanmail.net

4. 책임자 : 박 영 순 수산나 수녀

5. 계좌번호
    인도네시아: BCA : 구좌번호 : 022 186 7474 / 예금주 : Youngsoon Pak
    한국: 외환은행  : 구좌번호 : 254-18-292817 / 예금주 : 박영순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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