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어느 아름다운 일요일의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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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름다운 일요일의 음악회

기사입력 2013.06.0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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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자카르타 아버지 앙상블 정기 연주회가 지난 2일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나래홀에서 열렸다. 연주회를 마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제1회 자카르타 아버지 앙상블 공연을 마치고-

글: 채인숙 (방송작가)

무수히 많은 평범한 날들 끝에 만나게 되는 어떤 특별한 하루가 있다. 내게 2013년 6월 2일은 그런 날이었다. 일요일이었다. 오후에 잠깐 빗줄기가 지나갔지만, 이내 자카르타의 하늘은 맑게 빛났다. 오후 4시 30분.. 기다리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제1회 자카르타 아버지 앙상블 정기 연주회는 평범하고 소박한 우리의 아버지들이 노래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만들어 낸 음악회였다. 그들은 모두 한 가정의 가장이고, 아이들의 아버지고 혹은 할아버지이기도 했다. 그리고 모두 각자의 일터에서 성실히 일하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를 누군가의 평범한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나래홀에서 열렸던 이 음악회가 더 특별했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살아가는 데는 물질적인 ‘풍요’보다 삶의 내용이 얼마나 ‘풍성’한지가 참으로 중요하다.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무리 생각해도 추억이다. 아름다운 추억을 많이 가진 자가 가장 부자로 사는 이다. 이 날 음악회에서 나는 잊고 있거나 잃어버렸던 수많은 추억들을 다시 만났다.

그들이 시와 인생, 자유가 살아뛰는 하짓날 오후 여섯 시의 장생포 바다를 노래하거나, 내 학창시절에 레코드 가게에서 테이프에 녹음해 들었던 기도와 아침이슬 같은 노래들을 기타로 부를 때, 혹은 꿈 속에서 만날 것 같은 ‘친구여’를 합창할 때마다 습도 80퍼센트로 가슴이 젖어들었다.

▲ 제1회 자카르타아버지앙상블 정기 연주회가 지난 2일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나래홀에서 열렸다. 자카르타어린이합창단이 찬조공연을 하고 있다.

찬조 출현한 모든 이들은 또 얼마나 훌륭하던지… 자카르타에 이렇게나 많은 음악가들이 함께 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도 감사했다. 모두가 친구들의 잔치에 기꺼이 자신의 탈렌트를 아낌없이 보태주었다. 라뮤즈의 맑고 아름다운 노래와 이정임 님, 손신정 님 두 소프라노의 울림이 깊었던 이중창, 열정적인 리베로 탱고로 열렬한 박수를 받았던 첼리스트 김아람 님, 소프라노 김영희 님과 딸 장미니 양의 플룻 연주로 어머니와 딸이 함께 한 흐뭇하고 따뜻한 무대도 있었다.

마치 전문 성악가처럼 여유있고 깊은 무대를 보여준 신돈철 님과 소프라노 손신정 님의 무대도 빼놓을 수 없다. 더구나 자카르타한인 어린이합창단은 탄성과 박수가 절로 나오는 노래로 우리들을 감동시켰다.

유쾌한 무대도 많았다. 빨간 구두 아가씨와 웃음이 절로 터지는 율동으로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던 마징가는 인기만점의 무대였다.

▲ 제1회 자카르타아버지앙상블 정기연주회가 지난 2일 자카르타한국국제학교 나래홀에서 열렸다. 채인숙 작가가 음악회 사회를 보고 있다.

무엇보다 눈시울이 뜨끈해지는 시 낭송과 마음을 파고드는 어머니의 이름, 그리고 친구와 사랑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로 이 음악회의 주제를 알린 감동적인 무대도 잊을 수 없다. 모두가 아름다웠고, 모든 것이 넘치도록 따뜻했다. 지휘자( 성악가 안영수 님)와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이 날 음악회의 사회를 보면서, 자카르타에 작지만 단단하고 알진 음악의 씨앗 하나를 뿌려놓은 현장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뿌듯했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 날의 무대를 터질듯한 박수와 따뜻한 시선으로 봐 주신 모든 관객들께 대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야겠다. 분명 모자란 점이 많았을 텐데 너그럽고 따뜻한 칭찬을 아끼지 않아 주셨다. 무대 뒤에서 고생했던 많은 이들의 이름은 모두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이 음악회를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 봐 온 나로서는 그분들의 노력과 희생이야말로 가장 훌륭한 화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마 내년에는 더 많은 이야기와 노래들로 교민 여러분들을 찾아가는 자카르타 아버지 앙상블이 될 것이다. 음악회의 첫 곡이었던 신의 영광에서 ‘하늘은 영원한 자의 영광을 노래한다’는 시작은 자카르타 아버지 앙상블이 끊임없이 영원히 노래하는 합창단이 되려는 소망이었다고, 나 역시 믿고 있기 때문이다.

[데일리인도네시아 기자 dailyind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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