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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태백산맥' 번역한 재불동포 변정원 씨

기사입력 2013.10.0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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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약용 '목민심서' 번역해 불어권에 알리겠다"

"동남아 결혼이주 여성이 우리나라의 보배 될 것"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한국 문화와 문학을 프랑스에 알리기 위해 죽을 때까지 번역 일을 놓지 않을 것입니다." 

조정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을 불어로 번역해 지난 2009년 남편 조르주 지겔메이어 씨와 함께 프랑스어진흥협회(APFA)가 수여하는 황금언어(레모도르)상을 받은 변정원(64·여. 사진) 씨는 환갑이 넘은 나이지만 번역 일에 대한 의지가 남달랐다.

변 씨는 7일부터 나흘 동안 서울 양재동의 The-K-호텔(구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리는 제9회 국제결혼여성세계대회에 참가했다.

세계 16개국 34개 지회에 5천 명이 넘는 회원을 둔 세계국제결혼여성총연합회(World-KIMWA)가 개최하는 이 대회는 국제결혼을 통해 전 세계에 나가 거주하는 한인 여성들이 친정을 찾아 거주국과 모국은 물론 다문화가정과 회원 상호 간에 소통하고 발전 방안을 찾는 자리다.

World-KIMWA에서 부회장을 맡은 변 씨는 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태백산맥'에 이어 정약용의 '목민심서'를 번역할 것"이라며 "지금은 번역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경기도 남양주의 마현마을에 있는 다산 정약용 유적지를 방문했다. 이곳에는 생가인 여유당, 다산기념관, 다산문화관, 다산과 부인 홍씨의 합장묘 등이 있다.

변 씨는 "정약용 선생은 계몽주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에 버금가는 사상가임에도 아직 그의 저서가 불어로 번역되지 않아 그 진가를 모르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곧 번역에 들어간다"고 알려줬다.

"번역을 하면서 '세한도'를 그린 화가 겸 문필가인 추사 김정희도 소개할 겁니다. 그동안 문학을 통해 한국을 알렸지만 앞으로는 한민족의 정신문화, 즉 뿌리를 알 수 있게 하는 고전을 찾아 번역할 생각입니다."

역사 발견 부문에서 황금언어상을 수상한 뒤 불어권 언론인협회로부터 '기자증'을 발급받은 그는 현재 인터넷 매체인 '파리 한불통신'에서 한국과 프랑스 소식을 올리는 객원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번역 일에 매달리다 보니 사전의 깨알 같은 글자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눈이 나빠졌어요. 그래서 지금은 남편과 함께 한불통신에서 일하며 편안히 쉬고 있죠. 올해까지는 발로 뛰는 활동을 하고,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목민심서' 번역 집필에 들어갈 겁니다."

서울 종로구 재동 54번지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 변 씨는 계성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불어교육을 전공했다. 이대부고에서 불어 교사로 활동하다가 노동청에서 별정직 공무원 생활을 하기도 한 그는 1974년 프랑스 정부 장학생 초청으로 파리에 갔다.

한국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프랑스 국제행정대학원에서 노동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1975년 남편인 조르주 씨를 만나기까지 여성 철학자인 시몬 베유에 심취해 있기도 했다.

"남편과의 인연은 깊어요. 중학교 때 불어를 공부하고 싶은 친구들끼리 개인 교사를 초청해 4개월 정도 배웠어요. 당시 교사는 선교사로 왔던 신부였는데요. 친구들이 불어가 어렵다고 포기했고, 공부도 흐지부지했죠. 신부님은 경상도로 떠났고요. 그렇게 한참을 잊고 있다가 프랑스에 살면서 신부님을 다시 찾았는데, 가까스로 만났어요. 그때는 신부가 아닌 평신도 신분이었어요. 알고 보니 7년 동안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사회사업이란 걸 깨닫고 사제의 길을 접었더군요. 우리는 그렇게 재회해 사귀다가 4년 뒤 결혼했어요." 

아들과 딸을 낳아 기르고 남편을 뒷바라지하는 전업주부로 활동하던 그는 자식을 명문고와 명문대에 진학시킨 뒤에야 번역 일에 뛰어들었다.

김초혜 시인의 시집 '어머니'(1995년)를 시작으로 김 시인의 남편이기도 한 조정래의 '아리랑'(2000∼2003년), '태백산맥'(2004∼2008년)을 남편과 함께 불어로 번역해 출간했다.

변 씨는 "한국 근대사 공부를 위해 오랜 시간 조정래 선생에 매달려 살았다"며 "이제는 정약용 선생을 채워넣기 위해 머리를 비우면서 차세대들에 관심을 쏟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국제결혼한 한인 여성들의 2세가 한국 문화, 문학, 역사를 거주국에 알리는 데 나서도록 한국 정부가 지원해야 합니다. 입양인이나 한인 2세들은 정부 초청으로 모국을 방문해 체험행사를 하지만 우리의 자녀는 안타깝게도 정부로부터 어떤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초청해서 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한다면 저처럼 많은 번역가가 나올 것입니다."

결혼 34주년을 맞은 그는 "우리 부부의 결혼은 한국과 프랑스 문화의 결합"이라면서 "다른 어떤 나라 남편, 혹은 부인과 결혼하는 것도 모두 문화와 문화의 결합인데 유독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국에 시집온 여성들이 대부분 개도국인 동남아시아 출신이라 깔보는 경향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한국 내 '다문화가정' 하면 동남아시아 여성을 떠올리는데 이는 편견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문화', '국제결혼'이라는 용어 대신 '지구촌 가족', '글로벌 가족'이라는 말을 써야 한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현재 아시아 문화를 간직한 국제결혼 여성이 한국에는 많이 살고 있습니다. 참으로 한국은 복 받은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세계는 지금 '아시안 드림'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니 무시하지 마십시오. 그들이 곧 보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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