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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의 Travel Indonesia 2

기사입력 2014.02.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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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리 꾸따비치. (사진=김정훈 여행가)

피자배달부 모양새로 발리를 떠나다’
#2. 꾸따에선 서핑을, 우붓에선 예술을 발견하라 

모터바이크 주인인 미스터 디디가 지금 바로 올 수 있다고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매달 모터바이크 대여료를 새로 낼 때마다 제 시간에 안 와서 외출도 못하게 만들곤 하더니 3개월치를 선불한다니까 당장 만나자는 것이다.

“서비스점검 꼭꼭 받고, 오일 갈아주는 것도 잊지 말고.”

정비비용을 내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월 대여료를 조금 더 할인 받았다. 원래 70만 루피아(한화 7만원 정도)씩 내던 걸 60만 루피아로 말이다. 미스터 디디는 3개월치 목돈을 받아서 좋고, 나는 매달 일부러 만나야 하는 귀찮음을 덜어서 좋다. 발리 밖으로 모터바이크를 가지고 나가는 데도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서 안심했다. 외국인에게 모터바이크 대여가 일상화 되어 있는 발리지만 주인에 따라서는 어느 지역 이상 가지고 나가지 말라고 제약을 걸기도 한다.

모터바이크를 몰고 자바-발리-롬복섬을 여행하겠다고 입소문을 내니 주위에서 충고가 끊이질 않는다. 일본여성과 결혼해 꾸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수마트라 출신의 에삐 씨. 그는 ‘자바섬에 들어가면 위험할 수 있으니 인도네시아어를 전혀 모르는 척 하고 사람들과 말을 섞지 말라’고 나에게 신신당부를 했다. 설마 그렇게까지 위험할까 싶지만, 자바섬 동부는 초행이라 긴장 되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발리사람들로부터 외지인인 자바섬 사람들에 대해 여러 가지 좋지 않은 이야기를 들은 탓이리라.

여행의 동선은 발리에서 출발해서 롬복을 먼저 보고 다시 발리를 거쳐 자바섬으로 상륙, 인도네시아 전통문화의 핵심이라고 일컬어지는 중부의 족자카르타를 방문하고 돌아와 발리 구석구석을 보는 것으로 잡았다. 생각 같아서는 계속 이동하다가 자바섬 끝인 자카르타에서 끝내면 좋겠지만, 모터바이크를 돌려줘야 하니 발리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점차 본격적인 우기로 접어드는 것도 걱정이다. 퇴사 후 이런저런 일들 때문에 여행시기를 더 이상 앞당길 수 없었는데, 폭우 속을 뚫고 운전해야 하는 경우도 각오해야 될 것 같다.

모터바이크에 트렁크를 달았더니 피자배달부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큰 배낭은 메고 타야 안정적이며 허리를 받쳐줄 수 있다. 전자기기와 카메라가 들어 있는 작은 배낭은 발판 사이에 끼워 놓는다. 그리고 지갑 겸용으로 숄더백 하나, 허리에도 힙쌕을 하나 붙이니 자세가 갖춰진다. 무릎과 팔꿈치에는 보호장비를 붙였는데, 사고시 부상방지보다는 관절을 찬바람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함이 크다. 예전에 멋 모르고 모터바이크를 타고 며칠간 여행했다가 두어달 무릎이 시큰거린 적도 있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돌이켜 보니 이런 긴 여행이 몇 년만인지 모르겠다. 사업차 일로 아무리 외국을 많이 다니고 체류한다고 해도 여행 한 번만도 못할 때가 많다. 설레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시동을 건다. 이곳 꾸따에서 첫 목적지인 롬복으로 연결되는 페리선이 출항하는 빠당바이 항구까지의 거리는 약 50km.

▲ 발리섬 꾸따해변 잘란 뽀삐스는 '여행자의 거리'라 불린다. (사진=김정훈 여행가)


발리 하면 '꾸따', 발리 하면 '우붓'

발리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못내 아쉬워 익숙한 꾸따비치(Kuta Beach)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나의 인도네시아 생활에서 거의 2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곳.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고 해변에는 서퍼(surfer)들이 가득하다. 파도를 적극적으로 즐길 수도 있지만 그냥 사람과 석양만 구경해도 좋은 곳.

발리 인구의 80% 이상은 힌두교를 믿는다. 무슬림 세력이 침입해서 세를 확장하던 16세기 자바섬 마자파힛 왕조의 사람들이 대거 발리로 피난 옴에 따라, 인구의 90% 이상이 무슬림인 인도네시아에서 발리섬은 오늘날까지도 주민의 절대 다수가 힌두교인인 특이한 지역이 되었다. 꾸따지역은 거리마다 힌두교 제단과 공양의식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외지인 비율이 많아서 무슬림들의 아잔(모스크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소리)이 같은 공간에서 울려 퍼지기도 한다. 꾸따는 아시안부터 유럽, 러시아, 북미 등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방문하여 섞이니 다국적, 무국적 지역이라고도 볼 수 있다.

발리의 꾸따비치는, 80년대 초반부터 알려진 세계의 배낭여행자들이 꼭 방문해야 하는 3K에 속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원래 발리의 꾸따(kuta), 네팔의 카트만두(kathmandu), 아프가니스탄의 카불(kabul) 3곳이 인기 있었다. 요즘에는 치안이 안 좋아져 방문하지 못하는 카불 대신 새롭게 태국의 카오산로드(khaosan road)가 들어간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카오산로드가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렇게 사랑받는 꾸따비치지만 한국인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워낙에 발리가 신혼여행만 가는 곳으로 왜곡되어 알려진 탓이다. 다른 동남아시아 여행지 대비 7시간으로 비교적 긴 비행시간과 그만큼 비싼 항공권 가격도 이유가 되겠고, 유흥적인 분위기가 아니라는 점도 일조했을 것 같다. 그렇기에 신혼부부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겠지만 말이다.

꾸따와 우붓(ubud) 지역 두 곳은 각각 발리를 대표하는 지역인데, 꾸따가 젊은이들로 가득한 무국적 여행자 구역에 가깝다면 우붓은 발리 안에서도 가장 발리스러운 곳이라고 여겨진다.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있는 배낭여행자 거리와 쇼핑구역에 서핑가능한 해변이 합쳐진 느낌이 꾸따비치라고 할 수 있다. 이와 다르게 옛부터 화가들의 예술마을로 유명했던 곳에 외국인이 찾아오면서 관광지로 발전된 곳이 우붓 지역이다.

▲ 발리섬 꾸따해변 입구는 발리 전통 양식의 가뿌라(Gapura, 문)을 세워서 힌두교 사원 느낌을 물씬 풍긴다. (사진=김정훈 여행가) 


“꾸따비치? 거긴 진정한 발리가 아냐!”

우붓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은 하나 같이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이들에겐 시끄럽고 북적이는 꾸따비치는 딱 질색이라, 그들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는 우붓으로 바로 이동해 버리기 일쑤다. 반대로 꾸따비치파들은 우붓이 너무 정적이고 여성취향이라 심심하다고 한다. 나는 두 군데를 다 좋아하는데, 꾸따비치의 에너지도 우붓의 편안함도 모두 비교하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꾸따비치는 깊지 않고 파도가 적당해서 초보자들이 서핑을 배우기에 최적의 포인트이다. 1970년대 호주여행자들이 처음 꾸따비치의 매력을 발견하고 서핑보드를 가져와 즐기기 시작했고, 발리 현지인들에게 서핑을 가르쳤다고 한다. 지금은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이 발리사람들에게서 서핑을 배운다. 그래서 꾸따는 발리 현지인들과 여행자들이 같이 발전시킨 특별한 공간이다. 우붓처럼 옛스러운 멋은 없어도 발리를 대표하는 곳임에 틀림없다.

보드 위에 올라섰을 때의 짜릿함을 맛본 사람은 서핑을 그만 둘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발리에서 2년 넘게 살면서 가끔씩 서핑을 즐겼지만 아직도 롱보드(long board)만 타는 초보다.

     ▲ 발리섬 꾸따해변에서 써핑을 즐기는 모습. (사진=김정훈 여행가) 


‘여행이 끝나면 오랫만에 서핑을 나가봐야지.’

광활하게 펼쳐진 해변가에서 파도를 기다리고 있는 서퍼(surfer)들이 시선을 빼앗는다. 그들의 활력 넘치는 에너지에 잠시 눈을 놓았다가 재차 시동을 건다. 오늘 내로 롬복행 배를 타려면 빠당바이까지 부지런히 가야 하니까.


* 김정훈 : 자유로운 꿈을 꾸는 여행가.
IT회사에 다니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한 여행이 곧 삶이 되어버렸다. 여행을 시작한 후 30개국 140개 이상의 도시를 방문했다. 여행 중 영혼을 빼앗겼던 남미의 콜롬비아에서 ‘태양여관(Posada del SOL)’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기도 했다. 본명보다 스페인어 이름인 ‘다니(twitter @afterdan)’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인도네시아 국적 항공기 가루다항공의 계열사인 가루다 홀리데이즈의 인도네시아 브랜치 매니저를 역임했다. 지금은 또 한 번 사랑에 빠진 여행지,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살고 있다. 언젠가 인도네시아의 큰 섬들을 하나하나 모두 여행해 보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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