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깔리만탄 고무나무 숲 / 최장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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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깔리만탄 고무나무 숲 / 최장오

기사입력 2014.07.2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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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며칠 전 핸드폰 벨소리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로 바꿨습니다. 가수 안치환이 불렀던 노래 많이들 아시죠?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노래의 온기를 품고 사는 바로 그대 바로 당신 바로 우리 우린 참사랑~> 꽃보다 아름답다는 노래의 온기, 사람의 온기를 믿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생명들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위해, 축복받은 행성 지구의 풍요로운 미래를 위해!

인도네시아에 살고 있는 최장오 시인이 제16회 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수상 시를 소개합니다. 이번 주말부터 시작되는 르바란 휴가, 사람의 온기가 강물처럼 흐르는 화목한 시간들로 채우시기 바랍니다.




깔리만탄 고무나무 숲 / 최장오

폰티아낙 에콰도르를 지나
열대 우림이 만들어낸 숲 속 터널 길을 달린다
길은 물길 따라 흐르고
구릉을 넘나들며 숲 속으로 숨어있다
검은 숲은 적도의 태양도 삼켜버리고
생명을 잉태하며 밀림을 깊게 만든다
한바탕 폭우로 더 강해진 까유버시 다리를 건넌다 

인도네시아 끝 마을 바다오에서 눈을 붙인다
천장에서 삐걱거리는 선풍기 장단이
덜컹거리던 숲 속 길과 중첩되고
밤새 숲의 흐느끼는 소리에 잠을 뒤척인다
숲 속 끝마을에도 닭이 있어 높은 나무 위로 홰를 친다
바다오의 아침은 늦게야 찾아왔다 

숲이 부르는 소리 따라 발길이 닿는다
밤낮으로 지나온 풍경과는 전혀 다른,
끝없이 이어진 팜과 고무나무 숲으로 가득 차있다
열대 우림이 만들어낸 장엄한 하모니는 사라지고
잘 정리된 네모난 숲이 있을 뿐 

밤새워 아픔을 게워내던 숲의 소리가 거기 있다
모두가 나선으로 자해한 채 플라스틱 통을 하나씩 차고
생채기에서 고름 같은 하얀 신음을 낳고 있다
서있음이 고통이고 살아있음도 아픔이다
적도의 이글거리는 태양을 위태로이 마주하고 있다 

라텍스침대는 달콤한 휴식으로 유혹하고
고무바퀴는 낡은 아스팔트 위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쉴 새 없이 하얀 피를 토하는 고무나무의 신음으로
새들도 숨죽이는 적막한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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