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詩鏡 - 어머니 / 이성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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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鏡 - 어머니 / 이성부

기사입력 2014.09.04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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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올해는 여느 해보다 이른 추석을 맞이합니다.

문득 떠오르는 어머니... 이젠 그 음성 들을 수 없고 손을 잡을 수 없는 곳에 계시지만 영원히 살아계시는 분, 멀리 있기에 더 가까이 있는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꽃으로 핀 당신이 내게는 보이니까요.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라는 마음으로 따뜻한 시 골랐습니다.




어머니 / 이성부

서 있는 뒷모습에 힘이 꿈틀거린다
머리에 인 광주리 기름병 꼭지 하늘로 뾰족하고
옷소매 걷어 올린 팔뚝과 불끈 쥔 두 주먹
강동한 치마 아래 두 종아리가 저리 뻣뻣하다
어지러운 세상의 얼굴 속에서도
사랑을 품고 나아가는 발걸음은 언제나 당당한 법이다
내 책상머리에 삼십여 년째 놓여 있는 박수근의 목판화 기름장수 아낙
마주 앉을 때마다 설악 용아릉*의 험한 바위들과
낭떠러지와 거기 용솟음치는 기운이 내 앞에 나란히 놓인다
위를 겨냥하는 것들은 한결같이 불끈불끈 용틀임을 하지만
언제나 그 안에 슬픔을 다독이며 있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패배에 고개 숙인 짠한 몰골이 아니라
어려운 삶을 헤쳐 나가는 씩씩한 두 다리와
두 팔과 어깨의 저 완강함
가장 낮은 고무신코도 위를 향하는 저 날카로운 길항拮抗
세계가 그 앞에 엎드려 무릎 꿇게 하는 저 뜨거운 응축凝縮
저 피울음 다음의 굳센 기립起立과
노여움을 삭여 힘으로 바꿔 만드는 저 고요함이
뒷모습에 그대로 꽃 피고 있는 것 나에게는 잘 보인다

용아릉* : 설악산 내설악의 용아장성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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