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인 8일 아침 땅그랑 지역에 있는 아파트 거실에 정성스럽게 마련된 차례상 앞에 단정한 차림을 한 가족들이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섰다. 제주(祭主)가 향을 피우고 첫 절을 올리는 동안 양편에는 제주의 동생과 조카들이 엄숙한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3년 전부터 이곳에서 제사를 지내고 있는 남석현 씨는 이날 “조상님께 가족들 두루두루 잘 보살펴 주십사 하는 바램을 담아 절을 올렸다”며 “차례를 마치고 고국에 계신 부모 형제를 떠올리며 안부 전화도 드렸습니다”라고 말했다.
남 씨의 부인인 이미현 씨는 “비록 햇곡식과 햇과일로 다 준비할 수는 없었지만 정성스런 마음으로 음식을 장만해서 아침 일찍부터 차례상을 준비했습니다”며 “고사리, 건어물, 대추 같은 것들은 한국에서 사오고, 나머지는 현지에서 구입합니다”고 말했다.
남 씨 가족은 차례를 마친 후 한국의 가족과 떨어져 인도네시아에서 홀로 지내는 지인들을 초대해 함께 송편과 탕국에 비빔밥을 먹으며 옛 시절 이야기로 웃음 꽃을 피웠습니다.
세 딸을 키우고 있는 이 씨는 “우리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이곳에서 자랐고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이들은 인도네시아 휴일이 아니어서 학교에 갔습니다”라며 “명절에 차례를 지내는 것이 아이들에게 우리 풍습과 문화를 가르쳐 주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고 말했다.
뻘리따하라빤학교(SPH) 8학년에 재학 중인 이수빈 데일리인도네시아 학생기자는 추석 이틀 전인 6일 저녁에 자카르타 한인성당 땅그랑 공소에서 추석 위령미사를 드렸다.
이수빈 학생기자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기도를 드렸다”며 “인도네시아 최대 명절이자 이슬람 축제인 르바란은 어려운 사람들과 나누는 시간이고, 한국 명절인 추석은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말했다.
자카르타에서 남서쪽으로 30km 가량 떨어진 위성도시인 땅그랑은 신발, 봉제, 전자, 석유화학 등 산업체가 밀집한 지역으로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