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불편한 진실과 현대에 만연된 황금만능주의는 가난이 얼마나 무거운 짐인지를 대변해줍니다. 윤수천 시인의 <가난한 자의 노래>를 읽으며 가난 때문에 불이익 당하는 사람이 없는 그런 세상이 현실이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그러나 행복의 값이 자꾸 비싸지는 현실에서, 이 시가 사실은 얼마나 부유한 자의 노래인지... 공감하기 어려운 사회로 변해가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가난한 자의 노래 / 윤수천
가난도 잘만 길들이면 지낼 만 하다네
매일 아침 눈길 주고 마음 주어 문지르고 닦으면
반질반질 윤까지 난다네
고려청자나 이조백자는 되지 못해도
그런대로 바라보고 지낼 만 하다네
더욱이 고마울 데 없는 것은
가난으로 돗자리를 만들어 깔고 누우면
하늘이 더 푸르게 보인다네
나무의 숨소리도 더 잘 들리고
산의 울음소리도 더 말게 들린다네
더욱이 고마운 것은 가난으로
옷을 기워 입으면
내 가까이 사람들이 살고 있고
내가 그들 속에 있음을
알게 되는 것이라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