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초의 대학인 UGM 인문대학 건물에 들어서니 서툰 한국어 발음이 끊이지 않고 들려온다.
한국어학과 1학년 강의실에서는 형형색색의 질밥(히잡)을 쓴 학생들이 수업에 열중하고 있었다.
족자는 7~10세기에 불교와 힌두 문화가 만개했던 보로부두르 사원과 쁘람바난 사원 등 많은 유적과 역사를 간직한 문화·관광의 중심 도시로, 이슬람 술탄(통치자)인 하멍꾸부워노 10세가 주지사를 겸해 통치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이 곳에는 UGM 등 100여개 대학이 밀집, 교육과 젊음의 도시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구 80만여 명의 중간 규모 지방 도시지만 한류의 열기는 여느 대도시만큼 뜨겁다.
뜨리 마스또요 UGM 한국어학과 학과장은 "한국어학과 입시 경쟁률이 해가 갈수록 높아져 지난해에는 35명 모집에 1,394명이 응시해 40:1의 경쟁률을 보였다"며 "현지 한국계 기업들의 구인 의뢰에 전부 응하지 못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렌치딥띠아 UGM 한국어 강사는 "교내에 사물놀이 등 한국 문화 관련 동아리가 있고 교외에도 K-프랜즈 등 한류 관련 동아리 10여 개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한국어과 자체 어학실습실이 없고 강의실과 원어민 강사, 교재가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1996년에 인도네시아와 한국 대학간에 문화, 경제, 정치, 기술 분야 등 교류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설립된 UGM 한국학센터는 현지 대학생과 주민들을 위한 한국어 및 문화 강좌를 운영하고 있다.
또 한국학센터는 2004년부터 한국국제교류재단과 협력해 인도네시아 전국 고교 교사를 대상으로 매년 워크숍을 열고 한국의 예술, 교육, 관광, IT 등과 한국어과에 대해 소개함으로써 양국간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사설 한국어학원의 간판이 드문드문 보이는 족자 시내 거리를 지나서 한국음식을 파는 분식점에 들어서니 현지인 여학생들이 김밥과 떡볶이를 먹으며 한국말로 연방 "아~ 맛있다"고 외친다. 분식집 벽에는 K팝 스타 사진과 현지 젊은이들이 한글로 쓴 낙서가 빼곡하게 붙어있다. 교민 김동인 씨는 "나보다 한글을 더 예쁘게 쓴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최근에는 K북도 한류 열풍에 가세하고 있다. 족자에 본사를 두고 한국의 소설과 만화책 등 10여권을 번역 출판한 븐땅 뿌스따까 출판사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스마트폰 보급이 활발해지면서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해 한류 콘텐츠를 소비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한국 서적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 100여명이 살고 있는 족자 지역의 한글학교 교장 김은숙 씨는 "UGM 대학생들이 사물놀이를 한국에서 파견된 강사에게 배워 지금은 족자 한글학교 학생들에게 가르치고 있다"며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본 현지인들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 못 본 드라마를 찾아서 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 2014년 재외동포 언론사 기획취재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