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도네시아 사오정 수녀들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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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사오정 수녀들은요....

기사입력 2014.10.30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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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수마트라 주도 메단의 남부지역에 위치한 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SFMA)에서 보내온 소식입니다. 이 수녀원은 2004년 한국인 수녀 2명이 시작해, 지금은 한국인 수녀 3명과 인도네시아인 수녀 20명이 함께하는 공동체로 자리잡았습니다. 시골에서 농사만 지으며 학교 다니다가 온 예비수녀들이 도시생활과 한국식 수녀원 생활에 적응하면서 좌충우돌하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주> 

▲ 메단 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SFMA) 소속 수녀원에 한 수녀가 익숙하지 않은 핸드폰을 두드리고 있다.

메단수녀원에서 온 편지

시골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수녀원에 들어온 헬마 수녀님은 처음 들어와서 수녀원을 나가고 싶어도 나갈 수가 없었을 거예요. 휴가를 보낼려고 했더니 글쎄 집에 어떻게 가야하는지 모른다는 거예요. 그런 수녀님이  벌써 수도생활을 시작한지  6년째 되었습니다. 워낙 호기심도 많고 활달한 수녀님이지만 수녀원 담장에 갇혀 지내다 올해 대학이라는 곳을 가니까 모든 게 낯설기만 했데요. 

그런데 오리엔테이션 하는 날 일찌감치 버스타고 학교에 도착해서 앉아 있는데 모두들 뭔가를 두들기며 쳐다보지도, 말도 하지 않더라는 거예요. 요즘 사람들은 앉았다 하면 핸드폰, 노트북에 푹 빠져 게임하거나 인터넷 검색하느라 바쁜 척 하잖아요. 머쓱해진 우리 수녀님도  호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열심히 두들기는 척했다는데 .... 뭔지 아세요? 손목시계가 없어서 혹시 늦으면 어쩌나 싶어서 가져간 알람입니다. 그리곤 집에 와서 알람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며 ㅎㅎㅎ 웃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우리 로렌 수녀님, 대학교 3학년인데 말 나온 김에 한다며 언젠가 빌려간 전자계산기 이야길 하는 거예요. 로렌 수녀님도 학교에서 친구들이 맨 날 뭔가를 쳐다보며 두들기길레 수녀님은 전자계산기만 열심히 두들겼다나요!

시골에서 올라온 대부분의 우리 자매들은 수녀원의 모든 물건들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가스렌지 (시골은 아직도 장작불을 때거나 곤로를 쓰거든요), 믹서기 , 커피포트,....압력솥까지 모두가 처음 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사용방법을 모르겠지요. 천천히 배우는 것 까지는 좋은데 수녀원이니까 시골과는 다르게 깨끗이 씻어보겠다고  믹서기도 물에 넣고  빡빡 씻지 않나 선풍기도 호수로 신나게 뿌려서 묵은 때를 쫙~ 전자제품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걸 도대체 모르니 이 일을 어떡하면 좋습니까? 하루는 열심히 설거지를 하고 마른 행주질을 하는데 압력솥 고무패킹을 어디에다 넣어야 하는지 도통 이해하지 못한 한 자매가 이리저리 돌려보다 압력솥 중간 허리에 끼워놓고 둘러보며 회심의 미소를 짓습니다. 애고 애고...그러니까 고무줄이 늘어나서 압력이 되질 않지....대통령상으로 받은 압력솥이라 시중에 나와 있는 웬만한 고무패킹이 맞질 않아 얼마나 힘들게 한국에서 사가지고 온 건데... 기발한 행동에 웃음이 절로 나오다가도 망가진 물건들만 생각하면 가슴이 쾅 내려앉습니다. 

한날은 까르프에 수산나 수녀님과 로렌 수녀님이 시장을 보러갔습니다. 로렌 수녀님이 그날 처음으로 까르프에 따라가 물건을 다 사고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 차에 물건을 실었는데 하필이면 물건 하나를 잊어버리고 못 산 거예요. 그래서 수산나 수녀님께서 로렌 수녀님에게 그것만 사서 얼른 오라고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질 않아 수산나 수녀님께서 로렌 수녀님을 찾으로 올라갔데요. 리프트를 타고 고상하게 올라가시는데 방송에서 수산나 수녀를 찾는 방송이 나와 깜짝 놀라고 있는데 한국인 수녀를 찾는다니까 모두들 웅성거리며 쳐다보더라는 거예요. 갑자기 창피해진 우리 수산나 수녀님, 방송에서 오라는 곳으로 가서 로렌 수녀님을 찾아 이산가족 상봉하듯이 만났는데... 로렌 수녀님이 까르프 직원에게 말하기를 수산나 수녀님이 외국인 수녀인데 로렌 수녀님을 잃어버렸다고 말했다나요. 한국수녀라고 함시롱....졸지에 길 잃어버린 수산나 수녀님 ~~그래도 기특하게 방송할 생각까지 했다며 대견해 하셨습니다. 

아끼고 아끼다 먹게 된 짜파게티였는데 주방수녀님이 시키지 전에 알아서 잘 끓여보려고 너무 열심히 일한 나머지 면 삶을 물에 모든 스프를 한꺼번에 집어넣어 (기도 전에 준비완료!) 기도 후에 면을 집어넣으려고 뚜껑을 열어보니 새까만 물이 팔팔 끓고 있으니 헉! 이일을 어찌 하리요, 오늘처럼 낮에 먹었던 짜박장(강된장)을 다시 먹으려고 냉장고를 아무리 뒤져도 못 찾아 설마하면서 된장 통을 열어보니 헉! 이 일 역시 어째야 쓸까요? 입맛이 없어 모처럼 수산나 수녀님께서 짜박장에 밥이라도 비벼 드실까 부엌까지 들어오셨다가  염장에 불이 확 올라와 수명이 감축되는 현상을 느끼셨습니다. 

딸기 맛 환타 하나 더 놓아도 축제가 되고, 공부보다 청소보다 밭일을 더 좋아하고 잘 일구어 나가는 젊은 우리 자매들과 수녀님들!! 그녀들의 순수한 열정과 하느님을 향한 사랑 안에서 빚어내는 온갖 에피소드에 오늘도 주름살이 활짝~웃음꽃 활짝~피고 집니다.

▲ 메단 소재 아씨시 프란치스코 전교 수녀회(SFMA) 수녀원의 식사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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