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사계절 없는 인도네시아에 살면서도 봄여름가을겨울을 느끼는 몸의 감각이 신기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을입니다!
풍성함 뒤에 찾아오는 쓸쓸함... 그런 자연의 순환이 인간을 겸허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겠지요. 노오란 은행나무가 보이는 찻집에 앉아 마주앉은 한 사람에게 마음을 들켜버리고 싶은 솔직함도 겸허한 가을, 계절 탓이겠지요...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