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경詩鏡 - 시가 있는 목요일
안녕하세요. 박정자입니다.
설날 아침 떡국 맛있게 드셨죠? 떡국을 먹어야 한 살 더 먹는다는 말에, 나는 두 그릇 먹었으니 두 살 더 먹은 거라고 우기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땐 빨리 나이 들어 어른이 되고 싶었던 거죠.
생일보다 더 실감나게 나이를 먹는 우리들의 설날, 또 한 살의 나이를 동전 한 닢처럼 주머니에 넣으며 점점 묵직해지는 이 무게가 나를 다스리는 지혜와 용기의 근원이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생일파티 / 문정희
싱싱한 고래 한 마리 내 허리에 살았네
그때 스무 살 나는 푸른 고래였지
서른 살 나는 첼로였다네
적당히 다리를 벌리고 앉아
잘 길든 사내의 등어리를 긁듯이
그렇게 나를 긁으면 안개라고 할까
매캐한 담배 냄새 같은 첼로였다네
마흔 살 땐 장송곡을 틀었을 거야
검은 드레스에 검은 장미도 꽂았을 거야
서양 여자들처럼 언덕을 넘어갔지
이유는 모르겠어
장하고 조금 목이 메었어
쉰 살이 되면 나는 아무 것도 잡을 것이 없어
오히려 가볍겠지
사랑에 못 박히는 것조차
바람결에 맡기고
모든 것이 있는데 무엇인가 반은 없는
쉰 살의 생일파티는 어떻게 할까
기도는 공짜지만 제일 큰 이익을 가져온다 하니
청승맞게 꿇어앉아 기도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