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정리된 사람-박남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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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정리된 사람-박남준

시 읽어주는 남자(30)
기사입력 2017.06.22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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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된 사람

                     박남준

깁고 기워 해묵은 것 낡은 수첩을 바꾼다 거기 이미 지워져 안부가 두절된 이름과 건너뛰어 다시 옮겨지지 않는 이름과 이제 세상의 사람이 아닌 이름들이 있다 이 밤, 누군가의 기억에도 내 이름 지워지고 건너뛰고 붉은 줄 죽죽 그어질 것이다


시 읽는 남자 축소.jpg▲ 수마트라 메단 쫑아피 맨션(Tjong A Fie)에 걸려 있던 부부 사진 [사진: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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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태어나면 너나 나나 이름을 가져.
이름은 언제나 찬란하지.
전화번호를 서로 건네고, 손을 맞잡고, 술 한 잔 같이한다는 것은
서로의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야.
아버지 어머니에서 형 누나 친구들 선생님들 대리 과장 부장 이사 사장...
단순해. 이들과의 만남은 이름에서 시작되는 거야.
이름은 언제나 반들반들하지.

늙지도 않는 이름.
그러다 잊히고, 사라지고.
수첩에서, 핸드폰에서, 마침내 기억 속에서...

다 잊었다고, 다 지나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데 말이야, 내 기억의 새끼손톱이 이상해.
그 몹쓸 마지막 한 획에
이제 살아 있지 않은 이름을 기억하며
내가 아직도 네 귓불의 도톰한 두께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
수상해.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김태호 사진작가는 
인도네시아 생활을 시작한 2002년 경부터 현재까지, 혼자 사진기를 들고 인도네시아 전 지역과 주변 국가들의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2015년에 2인 사진전 " Through Foreign Eyesㅡ이방인의 눈으로 바라본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인상"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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