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성수] 빌려주는 뼈/안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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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수] 빌려주는 뼈/안은숙

시 읽어주는 남자(41)
기사입력 2017.09.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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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주는 뼈

                                    안은숙

포옹, 둘이 하나가 되는 순간
순간의 동작으로 구조물이 된다.

골조가 필요한 저 행동은
서로 빌려주는 뼈가 된다.

내가 갖고 있는 뼈의 수만큼 불안한 것, 나는 가끔 다른 뼈를 상상한다. 살며시 기대어 일어서려는 뼈가 된다. 나의 뼈는 부축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뼈가 없는 곳들의 힘은 어디서 생겨날까. 뼈가 없는 것들이 뼈 없이 일어서려 할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때때로 부축하거나 때로는 주저앉히거나 한다. 주변의 친절한 도구가 되려 한다.

나는 부추길 때 서있는 뼈를 생각한다. 나쁜 뼈들이 나를 일어서게 하고, 뼈 없는 곳에 보형을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 동네 치과병원엔 아담한 남자가 무너진 치조골을 재건한다. 뼈 있는 것끼리 부딪히고 우리는 겹치는 교묘함으로 욕망하지만,

포옹은 뼈를 빌려주는 일.
완벽한 뼈가 되려 하는 일.

죽어있는 나무를 타고 오르는 저 넝쿨들, 세상의 줄기들은 다 뼈가 된다. 나의 뼈도 너의 뼈도 상상의 뼈 하나로 일어서려 한다.

시.jpg▲ 목련나무에 세든 나팔꽃 [사진: 김길녀]
 
---이성수의 시 읽기---

지금까지 나의 사랑은 거짓말이다.
몇 번의 약속을 하면서도 나는 한 번도 그녀의 새끼손가락 중간마디손가락뼈를 만져보지 않았다.
나는 270개의 뼈를 갖고 태어난 아기였다. 이제 나는 206개의 뼈를 갖고 덜그럭거리며 사는데, 내 뼈가 내 뼈를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그녀를 위해서는 뼈 하나 빌려준 적이 없다.
내가 그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녀의 대퇴골 위로 솟은 살을 쓰다듬으며, 쇄골이 파놓은 물구덩이에 키스하고, 뼈도 없는 살에 내 살을 문질렀던 것뿐. 내 뼈 하나 빌려주지 못하고 살았다.
나는 아직도 그녀의 근본인 뼈 한 마디 보지 못했다.
나무는 온전하게 뼈로 서는데 나는 온전하게 뼈로 서본 적이 없다.
나의 사랑은 거짓말이다.



이성수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그대에서 가는 길을 잃다, 추억처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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