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릇 사회적이며 거창한 시간을 버겁게 흘려보내고 나면, 사적(私的)이며 개인적인 소소(小少)한 데 눈이 가기 마련입니다.
“곁눈질만 하고 있는 내게/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시간이 흘러갑니다//그리고 보았습니다/모서리마다 확고했던 각이/슬며시 닳아져 버린 것을//……//만나자 마자 일생을 다 살아버릴/늙은 연인을 기다립니다”
실존적으로, 그리고 불교의 입장으로 보자면, 인간의 삶은 ‘내던져진 것(被投性)’입니다. 내가 원해서 삶이 시작된 것이 아니듯 언제 어떠하게 내 생(生)이 끝나고, 마감하게 될지 알 수 없지요. 그럴 땐, 먼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또 ‘시간의 흐름 속에서 언젠가 죽음에 이르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그러나 쉬이 포기하는 게 아닌, 어둠 속에 촛불 하나 밝히듯 나를 지탱할 소박한 꿈 하나 지니며, 삶을 담담하게 버텨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모쪼록 힘든 시간 잘 견디시고, 조속히 코로나19가 마무리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Fleurie의 ‘Hurricane’입니다.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90년대 초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