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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우성 동포재단 이사장 "동포 곁에는 항상 모국이 있어요"

기사입력 2020.06.26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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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동포에 마스크 37만 장 전달…"동포들도 센터 건립에 48억 기부"
재외동포 이해교육 교과서 발간…"국내외 동포 힘 모아 평화통일로"

26일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jpg▲ 한우성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25일 서울 서초구 재외동포재단 서울사무소에서 연합뉴스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얼마 전 해외로 입양된 동포들에게 가슴 뭉클한 일이 일어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터에 자신을 잊을 줄 알았던 모국으로부터 보건용 마스크가 배달된 것이다. 은색 포장지에는 재외동포재단 명의로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세요"란 문구가 한글과 영어로 쓰여 있었다.

이를 받아본 입양인들은 "기억해줘서 감동했다", "세심한 배려에 감사한다", "모국과의 끈을 생각하게 됐다" 등의 소감을 전해왔다. 그러나 "수십 년 동안 외면해오다가 얼마 되지도 않는 돈으로 생색을 내려 한다"는 싸늘한 반응도 있었다고 한다.

"해외 입양동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으나 자기 뜻과 무관하게 외국으로 보내져 양부모의 국적을 얻은 사람입니다. 지금도 해마다 300여 명의 아이가 해외로 입양됩니다. 3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와 인구 5천만 명 이상인 나라) 가운데 이처럼 해외 입양을 보낸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죠. 이제부터라도 국가 차원에서 이들을 보듬어야 한다는 생각에 외교부와 함께 지난달 말부터 14개국 42개 입양인 단체를 활용해 마스크 37만 장을 보냈습니다."

26일 서울 서초동 외교센터의 재외동포재단 서울사무소에서 만난 한우성(64)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은 "마스크 배송에 5억 원이 들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정부 기관이 해외 입양동포를 지원한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라면서 "앞으로 입양동포에게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생각해 달라"고 설명했다.

"1958년 입양인 통계를 수집한 이래 해외 입양동포 수는 16만7천여 명을 헤아립니다. 전문가들은 해방 후부터 따지면 모두 20만 명에 이르고, 2세와 3세까지 치면 50만 명은 넘을 것으로 추산하죠. 그러나 올해 해외 입양인을 위한 예산은 외교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 부처와 산하기관을 다 합쳐도 20억원에 못 미칩니다. 정부의 한 해 예산이 500조원에 이르고 출산장려금만 해도 30조원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너무 배려가 소홀한 것 같습니다."

재외동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재외동포재단 수장을 맡은 한 이사장은 2017년 10월 취임한 후 인권사업팀을 신설(2020년 인권사업부로 확대 개편)해 해외 입양동포와 베트남 거주 다문화가정 자녀 등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인 동포들을 지원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는 남편과의 이혼이나 사별 후 아이를 데리고 친정으로 되돌아간 결혼이주여성이 많이 살고 있다. 이와 함께 교과서에 재외동포를 싣는 것과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가칭) 건립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교육으로 재외동포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보고 취임 직후 알아보니 초등학교 국정교과서에는 재외동포란 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인정교과서도 비슷한 사정이었죠. 고맙게도 교육부가 재외동포재단의 요청을 받아들여 초등학교 교과서에 윤동주·최재형·안창호 등을 재외동포로 표기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일각에서 반론을 제기해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첫발을 뗐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인물이 먼저 들어가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는 인물부터 재외동포로 수록한 뒤 국민적 공감대가 넓혀지면 추가할 수 있겠죠."

재외동포 이해교육을 위한 고등학교용 교과서 '세계 속의 한인'도 오는 8월 처음으로 발간돼 내년 1학기부터 서울 관악구 구암고등학교 등에서 선택과목으로 채택될 예정이다. 중학교용 '세계 속의 한인' 교과서도 올 12월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2022년 초중고 교육과정의 각 과목 집필 기준에 재외동포 관련 내용이 들어가도록 외교부 장관 명의로 교육부에 공문을 보낸 상태라고 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지구 1천458㎡의 대지에 8층 규모로 건립할 재외동포교육문화센터는 재단의 숙원 사업이다. 역대 이사장들이 대지를 물색하고 예산을 확보하느라 부심하다가 한 이사장이 와서 첫 단추를 끼웠다. 2022년 상반기 건물 준공, 2023년 10월 개관을 목표로 예비타당성 조사 용역을 실시하고 있다.

재외동포들도 48억원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행정안전부 심의에서 재외동포재단이 지정기부금단체로 인정받으면 전체 공사비 240억원을 조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5천200만 내국인과 750만 재외동포의 에너지를 하나로 모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재외동포 2세·3세가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모국과의 연대를 확인할 수 있는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내국인 젊은이에게도 디아스포라의 역사를 배우고 재외동포를 이해할 수 있는 체험·교육공간이 절실하죠."

중국·이스라엘·아일랜드·독일·폴란드·일본·인도 등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많은 나라는 모두 비슷한 목적의 전시관이나 교육관을 갖고 있는데 우리나라에만 정부가 마련한 재외동포센터가 없는 실정이다. 한 이사장은 건물이 들어선다 해도 콘텐츠가 중요하기 때문에 국민참여예산을 확보해 유물과 자료 등을 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1987년부터 30년간 재미동포로 살며 1988년부터 2003년 한국일보 LA지사 기자로 활동했다. 1992년 'LA 흑인 폭동'의 목격자이자 피해자로서 지난달 25일 백인 경찰의 중년 흑인 가혹행위로 촉발된 미국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누구보다 깊은 우려의 시선으로 지켜봤다.

"미국은 뿌리 깊은 흑백 갈등의 구조 속에서 소외집단이나 약자를 속죄양으로 삼아왔습니다. 1965년 LA 와츠 폭동 때는 유대인이 표적이었고, 1992년에는 재미동포가 희생양이 된 거죠. 이번에는 파장이 거기까지 미치지 않았을 뿐이지 구조적으로는 크게 바뀌지 않았으므로 여전히 위험합니다. 한인사회가 28년 전보다 발전하고 성숙한 덕분에 피해가 줄어든 측면도 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각국은 문을 닫아걸고 있고 이주민 차별과 혐오도 심해지고 있다. 재외동포들은 곳곳에서 인종차별 행위를 당하고 있으며, 국내 이주민이나 귀환 동포 경계심과 거부감도 늘어나는 추세다.

재외동포재단도 재외동포 초청 행사나 각국 한인단체 행사 등이 무산되거나 축소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는 10월 전후로 예정된 세계 한인의 날 기념식·세계한인회장대회, 세계한상대회, 세계한인차세대대회, 해외 입양인 모국 초청 행사 등의 개최가 불투명한 형편이다.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상황을 지켜보며 권역별 온라인 개최 등의 방식을 모색하고 있다.

한 이사장은 "인류 역사를 볼 때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며 문명이 발전해왔듯이 당장은 무역이 줄어들고 해외여행이 어려워졌어도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화 추세로 나아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이사장은 지난 24일 KBS 1TV 6·25전쟁 70주년 특집 '어느 재외동포의 헌신, 나는 모국을 위해 싸웠다'에 출연해 재미동포 미군 참전용사 고 김영옥 대령을 소개했다. 이 프로그램은 5%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이사장은 2005년 전기 '아름다운 영웅 김영옥'을 펴냈다.

오는 7월 5일은 임시정부 노백린 장군과 재미동포 김종림이 세운 윌로스한인비행학교가 개교식을 연 지 100주년이 되는 날이다. 한 이사장은 2013년 '1920, 대한민국 하늘을 열다'란 저서로 대한민국 공군의 뿌리가 된 윌로스비행학교를 세상에 알리기도 했다.

"재외동포는 조국이 지켜주지 못해 외국으로 끌려가거나 삶의 터전을 옮긴 사람입니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 6·25전쟁, 국제통화기금(IMF) 금융위기 등을 맞아 국권을 되찾고 국난을 극복하는 데 앞장섰습니다. 1960∼1970년대 경제성장기나 1988년 서울올림픽 때도 힘을 보탰죠. 이런 전통이 이어져 평화통일을 이룩하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믿습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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