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89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김상균의 식물원 카페 89

기사입력 2021.04.07 07:3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기사내용 프린트
  • 기사내용 메일로 보내기
  • 기사 스크랩
  • 기사 내용 글자 크게
  • 기사 내용 글자 작게


  민들레

  

                                                류시화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를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푸른숲, 2008

 

   

식물원카페.jpg
사진 김상균

 

 

  “민들레 풀씨처럼/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겨울이 채 끝나기도 전부터 찬바람을 이겨내며 아주 낮은 곳에 드리워 앉아 촘촘히 노란(때론 하얀) 혀꽃을 밀어 올리는 민들레. 살아오면서 누구도 이 꽃이 예쁘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은 없지만, 봄이면 보도블록 사이에도, 학교 운동장 구석에도, 기와지붕 위까지도 태양을 닮은 꽃을 피우는 대견한 생명체이기도 합니다. 비록 꽃집에서 화려함을 뽐내지도 못하고, 눈여겨 봐주는 사람 없어도, 우리의 산야 어디에서나 따사로운 모습으로 희망을 얘기하듯 우리를 맞이하는 꽃. 민들레 씨앗과 갓털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모습을 볼 때면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라는 시인과 같은 생각을 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모두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조속히 극복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모든 생명에게 평화와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Masaaki Kishibe의 ‘Dandelion’입니다.

 

 

김상균 시인.jpg

  김상균 약력

  김상균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부산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85년 무크지 <가락>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시집으로 <자작나무, 눈, 프로스트>와 <깊은 기억> 등이 있다.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KAIST 부설 한국과학영재학교에서 교감으로 퇴임하였다. 다수의 사진전을 개최한 바 있는 사진작가이며, 일찍부터 영화와 음악에 대한 시와 글을 써온 예술 애호가이자, 70년대 후반부터 배낭여행을 해온 여행 전문가이기도 하다.


<저작권자ⓒ데일리인도네시아 & dailyindonesia.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제휴·광고문의 | 기사제보 | 다이렉트결제 | 고객센터 | 저작권정책 | 회원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무단수집거부 | RSS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