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책이 답하다 9] 인도네시아의 민간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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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답하다 9] 인도네시아의 민간신앙

기사입력 2022.01.28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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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조연숙 데일리인도네시아 편집장


‘책이 답하다’는 인도네시아나 동남아시아에 대해 가졌던 질문에 대한 답을 책에서 찾아보는 코너입니다. 책에서 언급하지 않은 내용은 ‘주)’를 달아서 추가했습니다.  -편집자 주-

 

책 

제목: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여성이 이끄는 세계

저자: 조흥국  

출판사: 소나무 

출판일: 2019년 10월 30일

 

동남아시아 역사와 문화 책표지.jpg

 

 

 “갑자기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검은 구름이 천정에 고여서 내 침실로 들어가려고 했다. 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알라의 도움을 구하는 기도를 올리자고 한 뒤, 내 방문을 닫고 다른 문을 모두 열어놓았다. 검은 구름이 돌아다니다가 마침내 집에서 떠났다”고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대통령은 2014년 1월 출판한 회고록 '삶은 선택의 연속 (Selalu Ada Pilihan)'에 자신이 겪은 흑마술(black magic)에 대해 썼다.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엔디 바유니 자카르타포스트 편집국장은 “인도네시아에서는 국가지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주술가인 두꾼(dukun)에게 사업, 미래, 결혼 등에 대해 조언을 듣는다”며 인도네시아는 유일신 종교인 이슬람이 지배하는 국가임에도 민간신앙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확인했다.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png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대통령

 

 

 책 <동남아시아의 역사와 문화; 여성이 이끄는 세계>에서 저자 조흥국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슬람이라는 ‘베니어판’ 아래에 토착 민간 신앙이 깔려 있다.”고 묘사했다. 그리고 1970년대 후반에도 자바 섬에 사는 무슬림의 약 70퍼센트가 토착 관습을 중시하는 아방안으로 분류될 정도로 주민들 사이에서 민간신앙이 강한 효력을 발휘한다고 기술한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민간신앙으로 정령 숭배, 조상신 숭배, 주술신앙 및 샤머니즘 등을 꼽았고, ‘책이 답하다’에서는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책이 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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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르토 대통령과 띤 여사 

 

묻다) 인도네시아 고위급 정치인들이 주변에 두꾼을 둔다고 하는데 예를 들면? 

답하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경우 그의 아내 시띠 하르띠나와 수조노 후마르다니 장관이 대표적인 두꾼이었다. ‘이부 띤(Ibu Tien)’이라 불린 수하르토의 부인은 중부자바 수라까르따 왕실의 후예로 상당한 주술 능력을 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하르토의 최측근 관료 중 한 명이었던 수조노 장군도 정령 신앙과 힌두-불교 및 이슬람 수피즘의 신비주의적 요소 등을 포함한 끄바띠난(Kebatinan) 즉 자바 신비주의에 정통한 강력한 두꾼으로 소문나 있었다.


묻다) 수하르토 대통령 자신도 영적인 힘이 있었다고 하는데 

답하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스스로 어떤 두꾼보다 더 큰 영적인 힘이 있다고 믿었고, 명상을 통해 국정운영을 위한 영감과 영적인 힘을 획득하는 것을 중시했다. 그는 명상을 하기 위해 종종 전용 헬리콥터를 타고 중부자바 디엥 고원에 있는 스마르(Semar) 동굴을 찾았다. 이 동굴은 자바의 가장 큰 토착 신령이 있다고 소문난 곳으로 자바의 여러 왕들이 방문한 곳이라고 한다. 수하르토 대통령은 1991년 출판된 자서전에 “수조노가 신비주의에서 나의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틀렸다. 이에 관해 그가 나에게 물었으면 물었지 그 반대는 아니었다”고 썼다. 


묻다) 자바 무슬림 중 일부를 아방안(abangan), 발리 섬의 힌두교를 ‘발리 힌두교(Agama hindu-bali)’라고 구별하는 이유는? 

답하다) 각각 이슬람과 힌두교 안에 민간신앙이 많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아방안은 자바섬의 무슬림 중에서 이슬람의 알라를 경외하지만, 이와 더불어 자연 정령과 조상신 및 지역 수호신 등도 믿고 토착적인 관습도 중시하는 사람들이다. 발리 힌두교도 토착적인 종교 의식 등 민간신앙적 요소가 섞여서 독특한 형태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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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화가 바수끼 압둘라가 그린 로로 끼둘의 초상. [데일리인도네시아 자료사진]

 

묻다) 이슬람과 민간신앙이 혼재된 대표적인 예는

답하다) 자바 섬 중부 내륙지방과 남쪽 해안지역에서 오래전부터 내려오는 로로 끼둘(Roro kidul)과 마따람 왕국의 건국 이야기이다. 자바 연대기에 기록된 전설에 따르면, 세노빠띠(Senopati)라는 농민 출신의 한 남성은 마따람 지역의 통치자가 이슬람 수용을 거부하자 1570년대 중엽 마따람에 이슬람 왕조를 건설하고 그 첫 왕인 빠늠바한 세노빠띠 인갈라(재위 약 1584-1601)가 되었다. 이처럼 이슬람을 중시한 세노빠띠였지만, 자바 섬 남쪽 바다를 다스리는 여신으로 숭배되는 로로 끼둘을 만나 사흘을 함께 보낸 후 그녀의 주술적 힘에 의지해 여러 왕국을 정복해 마따람을 자바에서 가장 강력한 왕국으로 만들었다. 

주) 인도네시아 거주 한인 작가인 배동선 씨에 따르면, 세노빠띠는 끼 아긍 뻐마나한이라는 유력 영주의 아들이었고, 그가 복속시킨 빠장왕국도 술탄국으로 마따람 이전에 이미 이슬람 술탄국이 있었다.

 

묻다) 인도네시아 결혼식이나 개업식 같은 끈두리 행사에서 외우는 기도문도 이슬람과 민간신앙이 혼재된 거 같은데.

답하다) 출생, 결혼, 사망, 할례 등 주요 통과의례나 임신, 이사, 건축물 완공, 개업, 승진, 추수 등 특별한 일이 있을 때 친족, 친구, 이웃, 동료 등을 초대해 끈두리(kenduri) 또는 슬라마딴(selamatan)이라는 공동 의례와 잔치를 한다. 이때 의례의 순서와 기도문을 보면 힌두교, 불교, 이슬람, 정령 숭배를 기초로 한 주술신앙 등이 혼재되어 있다. 

 1950년대 자바 섬의 한 마을에서 행해진 끈두리를 보면, 인사말은 선지자 무함마드에 대한 경의를 표하는 등 이슬람식으로 시작하지만 곧 자바의 대장장이 신, 땅과 물의 신, 마을을 처음 세운 사람의 신령 및 마을 조상신 등을 부르고, 마지막으로 마을을 지키는 지신과 네 방위와 중앙에 거주하는 신들에게 마을을 지켜 달라는 기도를 드리는 정령 신앙적 내용으로 끝난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이슬람부흥운동 영향으로 끈두리 내용이 알라에 대한 감사와 축복의 요청으로 거의 다 채워지는 등 본래의 민간신앙적 성격이 감춰지고 심지어 끈두리 행사 자체가 오늘날 점차 사라지고 있다.

주) 여전히 빠당이나 술라웨시 같은 지역에서는 땅과 물의 신 등 정령들에게 기도를 한다고 한다. 


묻다) 인도네시아 끈두리 행사에서 음식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답하다) 끈두리의 핵심 부분은 음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자연 정령이나 조상신 등에게 음식을 바치면 그들이 가족과 마을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는 믿음이다. 그리고 귀신이 먹고 (그대로) 남긴 음식을 사람들이 나눠 먹음으로써 상호 유대관계와 공동체 의식을 강화한다.  


묻다) 두꾼과 빠왕은 어떤 사람들인가?

답하다) 두꾼(dukun)은 주술력 내지는 특별한 능력 및 지식을 이용하는 광범위한 의미의 주술사와 마법사 등을 가리키고, 빠왕(Pawang)은 무속적인 제의를 하는 샤먼을 일컫는다.  

주) 인도네시아인들에 따르면, 두꾼과 빠왕은 완전히 구별되지 않고 활동하는 영역이 겹친다. 


묻다) 두꾼의 종류는? 그들은 어떤 일을 하나?  

답하다) 초자연적인 주술력을 사용하는 그룹으로 영매인 두꾼 쁘레왕안(prewangan), 마술 또는 흑주술을 사용하는 두꾼 시히르(Sihir), 숫자로 점을 치는 두꾼 쁘땅안(petangan) 등이 있다. 두 번째 그룹은 전문적인 기술을 사용하는 그룹으로 산파인 두꾼 바이(bayi), 약초를 포함한 전통약을 조제하는 두꾼 잠삐(jampi), 피부 밑에 작은 금속을 넣어 치료하는 두꾼 수숙(susuk), 할례 시술을 하는 두꾼 짤락(calak) 등이 있다. 세 번째는 전문적인 주술사라기보다는 많은 경험을 통해 행사를 주관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 결혼 주례를 하는 두꾼 뜨만뗀(temanten)이 대표적이다. 마지막으로 마을주민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두꾼 비아사(biasa)는 아플 때는 약초를 처방하고, 영매로서 제의를 통해 귀신 들린 사람(정신병?)을 치료하고, 미래를 점치고,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 주고, 간단한 주문도 외우고 부적을 만들어 주기도 하는 등 다양한 역할을 한다.   


묻다) 두꾼이 되기 위해 초자연적인 힘 또 주술적 지식인 일무(ilmu)를 습득하는 방식은 

답하다)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자신과 아무런 친척 관계가 없는 다른 두꾼을 구루(guru) 즉 스승으로 삼아 그에게서 일무를 배우는 것으로 자기통제력과 집중력을 키우기 위한 고행과 훈련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생존해 있거나 이미 사망한 친족 두꾼에게 일무를 전수받는 일종의 세습이다. 살아있는 아버지나 장인에게 직접 전수를 받기도 하고, 선대 두꾼의 일무를 물려받기 위해 고인의 무덤 위에 앉아 그 신령과 접촉 및 교감을 시도하기도 한다. 

 

묻다) 현대 사회에서 두꾼의 역할은 어떻게 변하고 있나? 

답하다) 지난 수십 년 간 근대 교육의 확산과 특히 이슬람 개혁 운동의 영향으로 두꾼의 활동 공간이 갈수록 축소되었고, 심지어 두꾼의 존재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커졌다. 특히 질병을 치료하는 수요는 크게 감소했다. 한편 한뚜(hantu)라고 부르는 악령에 씌었거나 흑주술의 공격을 받는 사람을 치료하는 경우가 늘었다. (한인뉴스 2022년 2월호 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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