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강인수의 문학산책 #26 훗날 녹을 날/이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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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수의 문학산책 #26 훗날 녹을 날/이사라

기사입력 2024.04.18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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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녹을 날

                                                  이사라

무더위 속에서 꽁꽁 언 것들이 녹는다

 

냉동고 문을 열면

 

내 손에 잡히는 것들이

지금은 얼음이어도

언 것 이전으로 반드시 돌아간다

 

냉동고 문을 열면

 

지구 저쪽에서 빙하도 녹아 주는데

 

의과 대학 병원 해부학 교실 냉동고에

얼어 있는 사람 하나

 

훗날 녹을 날을 기다리는데

 

누가 얼음덩어리로 내 머리를 내리쳐도

나는 한 덩어리 구름이라 생각하는데

 

무더위에도 얼음으로 언 사람을

내가 자꾸 눈물로 만들어버린다

 

아직은 열리지 않는 냉동고

문 안으로 들어 가려는 나의

어른거리는

딱딱하지 않은

속살 같은

나직한 얼음

 

 

                           문학동네시인선 105 이사라 시집 『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2018

 

 

얼음.jpg
얼음 [사진: 강인수]

 

 

 

*시읽기 

 이사라 시인의 '훗날 녹을 날'을 감상해 봅니다. 시인의 아버지께서 시신기증을 하셔서 의과대학 병원 냉동고에 계신다는 사연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이 시는 본인의 아버지에 대한 시를 쓴 것 같지만 마지막 연에 "나도 냉동이 될까"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문 안으로 들어가려는 나"의 이 부분에 어쩌면 시인도 시신을 기증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에서 냉동고에 있는 많은 것들과 빙하가 녹는 것들을 표현하다가 갑자기 의과대학 병원 해부학 교실 냉동고로 시선을 바꾸어 처리한 것은 놀라운 상상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 아버지 이면에 자신의 아버지 이야기가 녹아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찡했던 시였습니다. 

 

*이사라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81년『문학사상』으로 등단했으며 시집 『히브리인의 마을 앞에서』 『미학적 슬픔』 『숲속에서 묻는다』 『시간이 지나간 시간』이 있다. 대한민국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강인수 

시인. 한양여대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였고, 2022년 계간<문장>에 시 ‘부재 중’이 신인상으로 당선되었다. 당선작의 제목에서 오랜 기간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마음이 전해진다. 1999년 자카르타로 이주했으며 현재는 한국문협 인니지부 재무국장과 우리시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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